이 좋은 봄날에 잘가시다니...
작성자 : 연불화 2010-03-12 11:06:34 조회: 479
"아 슬프고도 기쁘다."
11일 오후 4시께 지리산 의신마을(경남 하동) 인근 산중 토굴. 취재를 위해 들른 이곳에 마침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이 닿았다. 토굴에 홀로 사는 도현(사진·'선재회' 회주) 스님은 "지난 9일 삼성서울병원에 가서 스님을 뵈었는데 그것이 작별 인사였구나"라며 허공에 눈을 걸었다.
송광사 불일암에서 1980년대 중반 법정 스님을 모시면서 살았던 그는 불교식으로 말했다. "아 환희심이 난다. 역시 생사를 마음대로 드나드셨던 분의 면모처럼 이 좋은 봄날에 잘 가시네, 아 자랑스럽다." 토굴 안에서 그는 촛불을 켜고 추모의 절을 올렸다.
"지난 9일 병문안 갔을 때 마주잡은 스님의 손은 따뜻했다. 멀리서 와줘서 고맙다며 합장을 하시는데 두 손이 잘 모아지지 않으셨다. 힘들어 하시면 병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곤 하면서 그날 스님을 3번 뵈었는데 마지막에는 발 아래 3번 큰절을 했다. 스님의 발이 이불 밖으로 쏙 나와 있었다. 그 발에 이마를 대니 눈물이 나더라. 그만 그게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도현 스님은 "이제 우리 생의 한 장면이 바뀌었다"고 했다.
송광사 불일암에서 인연
"중노릇 재미있게 하는
방법 일깨워 주셨던 분"
그는 "스님은 무엇보다 중노릇 재미있게 하는 법을 일깨워주셨다"고 했다. 사람들은 깨닫고 도를 통하는 '큰것'만 얘기하는데 법정 스님은 지금 이 순간이 목적지임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봄 길상사에서 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청정을 말씀하셨다. 당신이 못다 한 말은 피어나는 봄꽃과 잎새에서 들으라고 대중들에게 여운을 남기셨다."
산맥이 보이는 토굴의 창밖에는 봄꽃과 잎새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해마다 봄이면 매화 동백을 보러 남쪽으로 오셨는데 올해는 버스도 안 타고 이 토굴까지 오시겠구나." 법정 스님은 아주 부지런했다. 급하다고들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급한 중에 안정돼 있었단다. "나는 동중정(動中靜)을 느꼈다. 화두 들고 참선을 안 해도 저런 도리가 있구나 라는 걸 배웠다." 도현 스님은 "불교계의 큰별이 하나 떨어졌다"며 "눈물이 난다"고 했다. 깊게 스님의 이름을 불렀다. "법, 정, 스, 님, 아, 하-."
하동=글·사진 최학림 기자 theos@
--- 부산일보 기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