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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1-06-29

    법정스님의 자연 사랑을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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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자연 사랑을 음미하며!

무소유, 대법사 법정스님 극락왕생 하소서

윤영전 (기사입력: 2010/05/27 22:06)

대종사 법정(法頂)스님의 49막제를 보내면서, 추모의 글을 쓰려고 지난 흔적들을 찾았다. 그 많은 저서들 중에 몇 권을 읽었지만 한 결 같이 자연을 사랑하고 욕심을 버리며 바르게 무소유로 살아가라는 귀한 말씀이었다. 그런데 2년전, 2008년 4월 봄에 길상사에서 정기 법회의 특강 내용을 접하고 음미(吟味)하였다.

당시에는 지금의 4대강 살리기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아니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고집할 수 있는 대운하에 대한 따가운 질책의 특강이었다. "대운하는 아름다운 국토에 대한 무례"라면서 조상대대로 영혼과 살과 뼈를 묻어온 곳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줄 신성한 땅을 운하사업으로 훼손하는 것은 우리국토에 대한 무례이자 모독이라 하였다.

불교계의 원로대종사로 열반하시어 더욱 스님의 삶이 그리운 때다. 이제 현세에서 영영 떠나 한그루의 후박나무 밑에 산골을 하심으로 우리와 이별했다. 그동안 원로 스님들의 장례수준을 파기하는 법정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은 조촐하면서 장엄했다. 평소 무소유 생활과 지혜로운 많은 유언들이 더욱 스님을 존경의 마음으로 이끌게 했다.

“모든 예식은 허례라”며 아무것도 갖고 가는 것 없이 그저 육신만이 열반식에 임하며 몇 가지 중요한 유언을 하였다. 스님이 그렇게 정성들여 쓰신 당신의 혼이 담긴 책들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사리를 수거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모두가 선호하는, 나라에서 주는 훈장추서도 거절하였다. 인세 등은 이미 소리 없이 다 나누어 주었다.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고종명을 하신 분이 과연 또 있을까? 한없이 경건하고 정중한 마음이었다. 어쩌면 당신은 공수래공수거 하시었다. 빈손으로 세상에 오시어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시는 당신의 깊은 수행을 실천하신 것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참으로 가없이 큰 사랑으로 비록 육신은 갔지만 정신만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2년전, 4월20일 성북동 길상사(吉祥寺)에서 봄 정기법회를 가졌다. 당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사찰 마당을 메운 수천의 신자들에게 스님은 "이 땅은 사람만이 아니라 겉모습만 다른 수많은 생명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어서 생태계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하시었다. "그런 땅이 근래에 와서 방방곡곡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개발에 피 흘리고 신음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지적하였다.

또한 스님은 "청계천은 기존 하천을 복원한 것이라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멀쩡한 땅을 파헤치고 토막 내는 반자연적 사업"이라면서 "한반도 대운하에 찬성하는 사람은 개발 사업으로 주변 땅값을 올려 재미를 보려는 땅 투기꾼과 건설업자들 뿐"이라고 성난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사안"이라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에 대해서도 강경한 어조로 말씀을 하시었다."농경사회에서는 씨를 뿌리고 새싹이 돋아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이 사람의 마음 안에 싹이 튼다."면서 "흙을 멀리하고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 사회에 살면서 인성이 메말라가다 보니 이유 없이 어린이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등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 사회상이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것이었다.

스님은 계속해서 "육체는 죽일 수 있을지 모르나 영혼은 그 무엇으로도 죽이지 못하며, 남을 죽이는 것은 곧 자기의 영혼을 죽이는 것"이라고 극단적인 사례를 들며 설명을 했다. 지난겨울 지병인 천식이 악화돼 구토와 헛구역질 등으로 50일 동안 사실상 단식 상태에 있었다고 밝히면서 "70년 넘게 몸을 끌고 다니다 보니 부품이 삐걱거려 정비공장에 다니느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렸다"고 계면쩍어 하시며 미소를 지었다.

스님은 "앓다 보니 새삼스럽게 둘레에 있는 모든 사람과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들이 고맙게 느껴졌다"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어서 눈부신 봄날 이렇게 여러분을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며, 하루하루 즐겁게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고 나지막한 진리 같은 말씀을 하시었다. 욕심은 죄를 낳고 죄는 죽음을 부른다.

이어 달마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너그러울 땐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지만 뒤틀리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어질 만큼 옹색해진다"고 하시었다. "하루하루 잘 살려면 내 마음을 활짝 열어서 살아있는 동안에 마음을 비워내고, 이웃과 매듭을 푸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용서하며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라고 하시었다.

스님은 설법에 앞서 행지실(行持室)에서도 "옛 사람의 말에 일각수(一角獸)가 나타나 세상을 파헤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일각수가 온 국토를 파헤치는 포크레인이"라고 무분별한 국토 개발 사업을 우려했다. 또 "정부가 티베트 사태에 대해 말을 못하니 양식 있는 사람과 언론이 발언해야 한다."며 "우리도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으니 상대의 처지의 고통을 이해하고 동조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스님은 "아플 때마다 서서히 소멸해가는 몸의 실체를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면서 "버리고 가야할 몸이나 집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이 세상이 인연 따라 잠시 머무는 곳임을 알게 된다."고 하시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강원도 산골에 계신 스님은 매년 봄, 가을에 열리는 길상사 정기법회 때 일반 신도를 대상으로 삶과 생활에 다가간 설법을 하시었다.

법정스님은 생전에도 불자와 일반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무소유 삶“을 사시었다. 지난달 11일 세수 79세 법랍56세로 입적하시어 스님의 산골(散骨)의식이 28일 순천시 송광사에서 스님의 유골이 후박나무 아래 산골 되었다. 법정 스님은 30년전, 불일암을 찾아 후박나무를 직접 심고 평소에도 매우 아껴 스님의 유언에 따라 산골 하였다.

대종사 법정스님은 우리에게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고 욕심과 욕망은 모두 헛것이고 오른손이 하늘일 왼손이 모르게 대자대비의 큰 뜻을 남기셨다. 부처님과 예수님을 넘나드는 스님의 삶은 김 추기경과 이해인 수녀와 교류하며, 종교는 사랑과 용서와 희생과 봉사, 자비를 우리에게 남겨주신 큰 교훈이었다.

대종사 법정스님! 자연을 거스르는 현세 모두 잊으시고 편안히 잠드소서.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스님의 무소유 삶과 자연 사랑을 음미하며 살아가렵니다. 스님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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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작가 (소설가. 수필가. 서예가) 칼럼니스트. <에세이21> 사무처장 구암서문예원원장. (사)평화연대. 상임고문. 남북경협포럼 전문위원. 한국인물전기학회,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실험수필 편집위원. (사) 평화화해연구원 감사 (사)청소년남북교류연맹 자문위원. 서초문협 이사. (재)종금장학회 이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저서: 소설집( 못다핀 꽃) 수필집(도라산의 봄) 에세이집(평화, 그 아름다운 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