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法頂 스님
늘 법의 정상에서 살았던 스님인데
전혀 눈에 띄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새털보다 더 가벼워져서 허공 중에 떠 있거나
가랑잎보다 더 무거워져서 땅바닥에 깔렸기에.
스님의 무소유는 그렇게 투철했다.
텅 빈 충만 속에 더불어 있을 때도
잠시에 불과했고 그는 어느덧
저만치 홀로 걸어가고 있었다.
뒷모습만 보이며 숲 속의 오솔길을.
그런 때 그는 물을 만난 물고기 같았다.
2010.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