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다. 특별히 바흐를 좋아해 `무반주 첼로곡'을 즐겼다. 이를 입증하는 분명한 문건이 최근 발견됐다. 법정 스님이 30대(1960년대)에 쓴 시(詩) 여러 편이 50여 년 만에 발굴돼 공개됐다. 그중 `병상에서'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 이러다가 육신은/ 죽어가는 것이겠지// 바하를 듣고 싶다/ 그중에도/ `톡타다와 후우가' D단조를/ 장엄한 낙조 속에 묻히고 싶어// 어둠은 싫다 / 초침 소리에 짓눌리는 어둠은 // ….”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근접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첼로라고 한다. 음폭이 넓고 깊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첼리스트들에게 `성서(聖書)'로 꼽히는 작품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이다. 그러나 이 불후의 명작은 20세기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라진 악보가 200년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고서점에 묻혀 있었다. 이를 1889년에 13세 소년 파블로 카잘스가 발견, 빛을 보게 됐다. 이후 카잘스가 이 작품에 매달려 12년간 홀로 연구하고 연습해서 초연했다.
▼비록 음반이었을 터지만 카잘스의 연주에 법정 스님은 “장엄한 낙조”라고 표현했다. 젊은 날에 펴낸 `무소유(범우사 간)'에 `미리 쓰는 유서'를 수록해 놓은 심경이 그리되기를 원했음이다.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 군데 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만 옮겨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 별나라.” 사후 세계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듣고픈 것이다.
▼아예 치장하지 않았기에 미음(微音)조차 범접 못 하는 게 무반주 연주다. 첼로의 깊은 울림만이 심금을 적신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의 예술적 경지가 통한다. 28일, 법정 스님이 극락왕생하는 날이다. 일곱 번의 작별의식을 치르는 49재의 막재일이다. 비로소 영혼이 이승을 떠나 극락에서 태어난다. 법정 스님의 유골을 오대산 쯔데기골(오두막이 있는 곳)에서도 산골한다니 청아한 무반주 바람이 스님을 별나라로 인도하리라.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