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이 땅에 더 많은 법정으로 태어나 주십시오"
主님, 큰스님 법정의 영혼을 받으소서
가톨릭 성당에서 신자인 저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빌고 말았습니다.
처음으로 입다문 채 온 가슴으로 불교의 스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먹물 옷깃의 향기가 제게 이토록 깊게 스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해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리워서
스님의 입적 소식은 다시 큰 슬픔이 되었습니다.
법정을 읽고 저의 종교에 더 순복하게 되었고
제 삶을 돌아보아 옷깃을 여미었고
어쭙잖게 써온 글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쳐 주시어 감사했습니다.
손수 지은 외딴 오두막에 방석 하나 호롱불 하나로
무소유의 참자유와 참행복을 보여주신 삶에서
가진 게 많음을 깨달아, 무한 부끄럽고 또한 몹시 부럽기도 했습니다.
삶이 단순해야 광활한 정신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놀라운 신비라는 설법 등
쓰신 글마다 풍겨나는 佛性의 고아하고 드높은 향기에
佛敎는 微笑의 宗敎라고 여러 편의 詩도 쓰게 되었습니다.
함께 보여주신 종교 간 화합 모습에
두 종교의 신자들은 얼마나 안도하며 자유로워졌는지요.
이렇게 법정스님은 늘 우리 김수환 추기경님을 떠올려 주었습니다.
人間의 영역에서 神의 영역을 보여주신 두 분의 聖職者로
이 땅의 중생들은 기쁘고 감사하며 자랑스러웠습니다.
유신철폐와 환경운동 등 시대의 아픔을 돌아보아 주셨음이
번뇌에 빠진 중생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던가 되뇌게 됩니다.
"모든 저서는 절판시키고
일체의 장례의식을 하지 말고
평소 승복 그대로 다비하고 사리도 찾지 마라"
유언의 목탁소리까지 중생의 가슴을 오래오래 울릴 것입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어, 이 땅에 더 많은 법정으로 다시 태어나 주십시오.
主님! 법정 큰스님을 품어주소서. 삼가 합장기도 바칩니다.
[유안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