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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0-04-06

    무소유와 나눔의 인드라망 - 원혜 (충청투데이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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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무소유와 나눔의 인드라망


원 혜 마곡사 주지

2010년 04월 05일 (월)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봄에는 아름다운 백화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밝은 달이 온천지 비추도다.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불어오고 겨울에는 아름다운 흰눈이 날리도다.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좋은 시절이라네’


옛날 조주선사께서 깨달음을 얻고 남기신 오도송입니다.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아름다운 백화와 밝은 달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고 서늘한 바람을 시원하게 받아 안을 수 있으며 흰눈이 아름답다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면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말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무엇을 보더라도 올바르게 볼 수 없으며 들어도 올바르게 들을 수 없고 마음이 시끄러우면 행복도 불행으로 느끼고 사랑도 증오로 풀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 어느 숲속 도토리나무 아래서 토끼 한마디가 잠들어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꿈을 꾸고 있었던 토끼는 한 순간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일어나 숲 속을 마구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구경하던 여우가 "너 왜 그리 뛰어가니?"라고 묻자 토끼는 "저기 도토리 나무 밑에서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어" 라고 답했습니다.


여우는 토끼를 따라 뛰기 시작했고 잇달아 노루와 늑대를 비롯해 숲 속 모든 동물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숲 속을 뛰어 달아난 것입니다.


결국 낮잠을 자던 호랑이가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도토리 나무 밑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꿈을 꾸며 잠을 자던 토끼의 귓불에 도토리 하나가 떨어진 것을 겁 많은 토끼가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로 착각을 한 것이었고 모든 동물들이 아무 것도 모른 채 덩달아 우왕좌왕하며 뛰어갔던 것이었습니다.우리들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쫓기고 경쟁하는 삶 속에서 시시각각 마음은 더욱 더 시끄러워지고 본질은 알지 못한 채 허상만 쫓으며 살아가고 시류에 편승해 행동합니다.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하고 남보다 무조건 앞서야 한다는 강박은 늘 우리들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이 뛰게 합니다. 숨이 가쁘지만 오직 뛰어야 하는 삶만이 우리에게 있을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습니까? 오늘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습니까?


나에 대해서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고 조금만 남보다 못하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리지만 우리가 남보다 나으려고 한다고 실지로 그것이 남보다 나은 길일까요?


남과 나의 삶은 각각 다릅니다. 항상 비교하고 또 나를 알아달라고 하며 각자의 소중한 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들은 한달 전 자신에게는 늘 혹독하고 따갑게 경책하면서도 자연과 중생에게는 늘 자비로우셨던 무소유 법정 스님을 열반의 저편으로 보내드렸습니다. 평생을 청빈의 무소유로 정진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나누시다가 가신 큰스님의 삶은 불자뿐만 아니라 종교와 세대, 국경까지도 뛰어넘어 크나큰 덕화로 다가왔습니다.스님의 무소유와 나눔이 모두의 공감을 받으며 귀의처가 되었던 것은 그 가르침이 바로 우리사회에 크나큰 울림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경쟁의 밧줄에 목을 메고 살아가는 우리들 불행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양약이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무소유라는 가르침의 다른 이름은 바로 나눔일 것입니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며 이웃을 보듬을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을 증장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자족의 가르침인 무소유 역시 이웃의 고통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이순간부터 나눔과 무소유를 발원하고 실천하고 긍정의 기운을 돋우어 우리들 주변에 있는 이웃들의 마음으로 전이되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게 해야합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 고장은 물론이요, 우리나라, 지구촌이 거대한 나눔과 자비의 인드라망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