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잉여쾌락과 무소유
욕망은 신기루같아 결핍의 시대 자초해..법정스님의 무소유 삶 실천 뇌리에 남아
2010년 03월 30일 (화) 정현구 회장 chihak@paran.com
[덴탈투데이/치학신문] 며칠 전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시고 마지막까지 아무 것도 가지려 하지 않으셨던 법정스님의 다비식을 TV를 통해 보면서 오랜만에 잠시라도 세상의 욕망을 벗어버리고 싶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물질관이나 도덕관 혹은 사상적으로도 옳고 그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는 포스트모던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시는 것인가.
요즘 우리세대를 가리켜 후기 산업사회이며 잉여쾌락의 시대라고 한다. 한마디로 물건이 넘치고 여분이 많이 있어도 생산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진 것이 있어도 만족하지 않고 더 새롭고, 더 세련된 것, 더 편리한 것을 원하는 결핍의 시대이다. 미디어 광고에서는 매일 새로운 것에 대한 구매를 부추기며 우리를 유혹한다. 모양과 디자인만 바뀐 것이므로 내가 버린 물건과 똑같은 것을 사면서도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살게 되었다. 공부하는 학생의 필통 속에는 필기구가 넘쳐도 또 구입하고, 영양 과잉으로 인한 살빼기 프로그램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게 되었고, 어린아이들까지도 성인병을 앓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는 쓰레기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는 산업의 발전으로 많은 혜택을 보기는 했지만 생명 경시, 조급함, 이기심의 극치인 자기 개인주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등의 부작용도 우리가 감당해야 되는 짐이 되었다. 더 좋은 것, 더 편리한 것을 추구하다보니 정작 우리자신들의 일자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계에 빼앗겨 버리게 되었고 우리들이 숨 쉬고 앉을 곳은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 더미에 자리를 양보해야 되는 실정이 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욕망 대한 양면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욕망은 우리의 사회가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삶의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빈 껍데기’를 추구하고 찾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것의 알맹이는 버리고 껍데기를 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은 신기루와 같아서 대상이 멀리 있으면 아름답고 커서 그것을 꼭 잡아야 될 것 같은 조급함이 생기지만 일단 우리 손에 잡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그래서 또 다른 것을 찾게 만드는 탄산음료와 같은 것이다. 인간에게 욕망이란 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내 삶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한번쯤 가져 보았으면 한다.
풍족하지만 끊임없이 목말라 하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법정스님의 ‘무소유’ 삶의 실천은 현대인의 욕심에 대한 브레이크를 잡아야 됨을 알려 주신 것 같다.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소유란 생활하는데 필수 요건이지만 우리 자신과 가족만을 위하는 욕심이 아니라 주위 사람이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 환경에 관심을 갖고 나누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이나 지식, 의술, 남에 대한 배려 등 조그만 부분이라도 이웃과 나누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이 요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가지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이웃을 외면하면서 생기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는지 염려스럽다. 우리의 삶에서 과도한 욕심으로 인한 쓸 데 없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절제하면서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이 속세에 사는 우리가 누리는 무소유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서울중랑구치과의사회 정현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