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
날마다 새롭게
2005년 10월 , 법정스님 동안거 결제 법문이 있던 날
스님의 책에 한 글자 받으려고
"지혜의 말씀" 1978년초판(현재는 법구경) 과 "무소유" 1991년판을 가지고 왔었다.
스님 법문이 끝난 후, 행지실에서 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늘 스님께서는 대중들에게 일배만 하라고 하시지만, 일배만 하는 사람이 잘 없다.)
"스님! 좋은 말씀 좀 써주세요" 라며 책 두권을 꺼내어 스님께 부탁드렸다.
스님께서는 "좋은 말은 책으로 다 했는데, 무슨 좋은 말을 적어달라 하냐며
책에다 '좋은 말씀'과 싸인을 해주시면서
"좋은 말씀 적어달라고 해서 '좋은 말씀' 써준다며 주셨다.
내가 책을 받아들고 순간 당황하자
옆에 계신 맑고 향기롭게 이사님들조차 스님의 장난과 나의 멍한 모습을 보고 큰 소리로 웃으셨고,
스님께서도 장난친것에 미안하셨는지, 또 한권의 책인 무소유에는 "날마다 새롭게"라고 써 주셨다.
한 시대의 큰 스승이면서도,
늘 따뜻하고 푸근한 외할아버지 같았던 스님의 모습이 너무 그립다.
아주 작은 문 틈사이로 눈이 마주쳐 밖에서 합장으로 인사올리면,
방안에서 다른 분과 말씀중에도 머리숙여 합장하여 인사를 받아주시던 그 모습...
어느 누구에게나 따뜻함으로 맞아주시며
절중에서 가장 큰 절이 친절이란걸
직접 보여주신 스님!
우리는 아직 스님의 좋은 말씀에 목말라 하는데,
스님은 가고 책과 글만 남아 있다.
아니... 스님은 책과 글로 영원히 우리곁에 살아 계실 것이다.
- 지어거사 -
※ 길상사 홈페이지 법정스님란에 올려진 글을 관리자가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