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 정 스님 - 흔히들 마음을 맑히라고, 비우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마음을 맑히는 법이라고 얘기하는 이는 없다. 또 실제 생활이 마음을 비우고 사는 이처럼 여겨지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마음이란 결코 말로써, 관념으로써 맑혀지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선행(善行)을 했을 때 마음은 맑아진다. 선행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행위를 이른다. 내가 많이 가진 것을 그저 퍼주는게 아니라 내가 잠시 맡아 있던 것들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행위일뿐이다. 마음을 맑히기 위해서는 또 작은 것,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불가결한 것만 지닐 줄 아는 것이 바로 작은 것에 만족하는 마음이다. 하찮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노라면 절로 맑은 기쁨이 샘솟는다. 그것이 행복이다. 인간이 적은 것에,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자연의 오염, 환경의 파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천연의 생수 등등 자연이 인간에게 무한정 베푸는 것에 비하면 인간은 자신들의 편리함, 편안함만 추구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지구는 중병을 앓고 있다. 인간들의 이기적 욕심이,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이 이제는 자신들의 생명마저 위협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 우리들, 인간들은 지혜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물질의 노예가 아닌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며, 만족할 줄 알고, 서로 손 잡을 줄 아는 심성을 회복해 가야만 한다. 이것이 참다운 삶을 사는 길이며, 삶을 풍요롭게 가꿔가는 방법이다. 깨달음에 이르려면 두 가지 일을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 하나는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 보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관리, 감시하여 행여라도 욕심냄이 없도록 삿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 하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콩 반쪽이라도 나눠 갖는 실천행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어야 한다. 이 두 길을 함께 하고자 여러분께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을 제안하는 바이다. *** 이 글은 1994년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모임 발족시 법정스님의 강연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모임을 만드신 뜻을 알 수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