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사무국에서 8월의 독서모임이 개최되었습니다. 이 날은 첫 모임부터 꾸준히 참석해주신 김순덕, 유재경 회원님 뿐 아니라 자원봉사회원이자 논술학원을 운영하시는 강영미 회원님께서 함께하셔서 너무나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영미 회원님은 국문학을 전공한 교사이기도 하셨고, 현재도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가르치는 소감을 함께 피력해주셔서 선정도서에 대한 다양한 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움 주셨습니다.
강영미 회원님은 선정도서를 이미 여러번 읽어왔으며, 읽을 때마다 새로이 배우는 것이 있는 깊이 있는 책임을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다산초당과 다산생가를 답사한 문학기행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들을 공유해주셔서 2시간의 남짓한 모임이 정말 아쉽게 느껴질만큼 유익하고 흥미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다소 어렵게 느낄 중,고등학생들의 독서에 도움이 되는 해설서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교훈>을 소개해주셨고, 정약용 선생과 인연이 있던 김정희 선생의 삶을 조명한 <완당평전>을 적극 추천해주셨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평균 독서량이 점점 작아지는데 ‘책이란 표지를 제외하고 49면 이상의 정기간행물이 아닌 인쇄물, 광고를 목적으로 하거나, 글이 주된 내용이 아닌 것, 단기적 목적을 가진 것은 책이 아니다’는 유네스코(1964)의 책의 정의를 소개하시면서 독서가 적극 권장되어야 함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참가자 전원이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구절은 <삶의 두 가지 큰 기준>과 <근검 두 글자를 유산으로> 였습니다.
책 내용 중 <과일 채소 약초를 재배하도록>과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다고 하니 더욱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당일 함께 자리하신 김순덕 회원님과 강희정 간사의 후기와 유재경 회원님의 인상적인 글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순덕 회원님-
지난한 유배 생활 속에서도 다산의 의지를 굳히지 않은 힘은 책을 읽고 편찬하고 또 그것을 아들들과 후학들을 양성하는 데 있었다고 본다.
역경 속에서도 500여권 이상의 책을 집필한 다산이 좀 더 나은 시대에 살았다면, 최대한 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에 살았다면 어떠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올라온다.
아들들과의 편지에서 나는 20대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한참 의문스럽던 시절 그때마다 내가 찾은 곳은 시내의 큰 서점이었고 그곳에서 나의 의심을 풀기도 했었다. 이런 면에서 나는 다산의 아들들이 부러워졌다.
비록 시대적 상황이 그들을 옥죄었어도 훌륭한 아버지이자 스승 아래서 훈육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편지들 속에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얼마나 큰 가르침이 많은가. 진리가 어찌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을까.
큰형님 약전과의 편지에서는 다산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공부에 열중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음을 토하는 부분에선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다산이 마음공부에만 열중하였다면 이 수많은 그의 책들이 이렇게 후손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제자들과의 편지에는 불교에서 얘기하는 물질의 공함을 자주 보여준다.
우리가 그 가르침을 조금만이라도 가슴에 새겨 행할 수 있는 날은 정말 요원한 것인지....
-유재경 회원님-
P.57 예나 지금이나 남의 도움이나 받으면서 살라는 법은 애초 없었다. 더구나 우리 일가친척은 서울과 시골에 뿔뿔이 흩어져 은정(恩情)을 입을 수도 없었다. 지금 와서 공박하지 않는 것만도 두터운 은혜일 텐데 어떻게 돌봐주고 도와주는 일까지 바라겠느냐? 오늘날 이처럼 집안이 패잔(敗殘)하긴 했지만 다른 일가들에 비하면 오히려 부자라 할 수도 있겠다. 다만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줄 힘이 없을 뿐이다. 그렇게 극심하게 가난하지도 않고 또 남을 돌볼 힘은 없으니, 바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처지가 아니겠느냐? 모든 일이란 안방 아낙네들로부터 일어나니 유심히 살펴서 조치하고 마음속으로 남의 은혜를 받고자 하는 생각을 버린다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화평스러워져 하늘을 원망한다거나 사람을 원망하는 그런 병통은 사라질 것이다.
P.153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게 된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 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을 것이다.
P.261 「윤종억에게 당부한다」를 읽고.. 농사의 멋을 느낄 수 있었고, 정약용 선생님의 부지런함과 명석함, 그리고 냉정한 면도 느 낄 수 있었다.
P.272 아전들은 그 직업을 세습하며 또 종신토록 한 가지 직업에다 한가지 뜻을 정일(精一)하게 하기 때문에, 그 일에는 길이 들고 익숙해서 앉아서 관장(官長) 거치기를 마치 여관 주인이 길손 대하듯 한다.
P.274 재물을 남에게 주는 것을 혜(惠)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에게 재물이 있고 난 뒤에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는 것을 주는 것보다는 빼앗지 않는 것이 낫다.
-강희정 간사-
이번 책을 처음 들었을 때 작가의 말이 너무 길어서 지루한 듯 느껴졌다. 그러나 살펴보니 책이 여러 번 개정되어 출판되는 과정을 거치며 작가의 말도 그렇게 더해지고 더해진걸 알았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던 1979년부터 지금까지 27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책이란 걸 알게되면서 이번 책 또한 그냥 가볍게 여길 책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이 의외로 쉽게 읽혔는데 숙제로 생각하고 빨리 읽어내야 한다는 마음의 강박관념이 큰 탓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각주 등은 세심하게 읽지도 못하고 그냥 넘어가면서 이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다.
이번에 얻은 숙제는 이 책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 다산 선생님께서 오랜 유배 생활과 병고에 시달리시면서까지 편지글을 통해 말씀해 주셨던 것들을 가슴으로 받다 깊이 새겨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생각해 본다. 이번 숙제는 미루지 않고 언제 해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