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케냐에서 한 어린이가 강물을 퍼담은 플라스틱병을 들고 닳아빠진 신발을 신은 채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온실가스 4% 배출 불구 기후변화 이미 현실화"
(나이로비 AFP=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아프리카 대륙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아프리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4%에 불과하나 그 피해는 극심하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지고 목축이 피해를 입으면서 최근 동아프리카에서만 약 2천3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이 심각한 케냐 북부 투르카나에서는 최근 한 비정부기구(NGO)가 쇠약해진 가축들을 사들여 도살해서 주민들이 먹도록 해 기아 위기를 넘겼다. 자신의 나이를 모른다는 에스타 에쿠암 할머니는 "낙타들이 죽어나갔던 1969년 이후 가장 심한 가뭄"이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국경 지역에는 작황이 줄어 주민 수백만명이 구호기구에 의존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남부 주민 투케 시카는 "날씨가 예전과 다르다"라고 말하고 "비가 내리는 것이 갈수록 불규칙해지고 수확도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동아프리카를 덮친 가뭄이 수십년이래 최악이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선진국들이 책임지고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고 자신들이 기후변화의 피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수십억달러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온 상승을 2℃ 정도로 제한하기 위해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25-40%까지 줄여야 한다고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적했다.
그러나 다음달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을 대표하는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총리는 이 회의에서 확실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유엔환경계획의 아심 스테이너 대표는 "우리는 자신들이 원인을 제공하지도 않은 기후변화의 결과로부터 케냐나 다른 개발도상국 주민들을 보호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반문하고 "우리는 지금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미국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의 여파로 아프리카 최고봉 킬로만자로산의 눈덮인 봉우리가 급속히 녹아내려 20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르웬조리산도 눈덮인 봉우리가 녹아내려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을 가르는 셈리키강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지난 1960년 이후 수차례 물길이 바뀌어 국경이 변하고 있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콰줄루나탈 연안의 정어리 회귀가 지장을 받아 지난 8년중 4년간 어획량이 줄어들었다. 콰줄루나탈 대학의 연구원 숀 오도노휴는 "수온이 높아져 정어리들이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아프리카 남부에 1972년 이래 최악의 홍수가 발생, 나미비아에서 최소 102명이 사망했고 앙골라에서 60명 이상이 숨졌다.
라일라 오딩가 케냐 총리는 코펜하겐 회의에서 진지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부국이 빈국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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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11/27 10: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