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0일 토요일 아침,
회색빛 짙은 구름이 온 세상을 우울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우린 아니죠~
또 비가 왔습니다.
기상청 예보로는 남부지방은 이것이 장마의 시작이라네요.
해서 오늘은 온 종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것도 중부지방은 꽤 많은 양이 올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산 쓰고, 예쁜 비옷 장만해서
경허, 만공, 벽초 스님으로 이어지는
덕 높으신 스님들이 수행하셨던 그래서 덕숭산이라는
충남 예산 덕숭산 수덕사 숲을 찾아갔습니다.
이제는 절에서 사들여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덕여관에는
이응로 화백의 손길이 머물렀을 암각화가 멋들어지게 새겨진
커다란 바위와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곁에 비 맞아 떨어져 누운 감꽃들이
나그네들의 무심한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저 꽃길 따라 끝까지 가면 무엇이 있으려나?
사천왕문 앞에 이르렀을 때
비에 흠뻑 젖었으면서도 꽃문을 활짝 열고 있는
무늬비비추를 만났습니다.
흙이 조금, 아주 쬐금이라도 있으면 이게 웬 떡이냐는 듯
뿌리 내리고 잎을 키우고, 꽃을 피어내는 비비추의 강인한 생명력이
이 우중에 다시 한 번 느껴졌습니다.
꽤 심한 경사를 이룬 수덕사 계단을 오르고, 다시 오르니
떡 버티고 선 석탑이 갑갑합니다.
하지만 그 뒤로 단청이 다 벗겨진, 그래서 더 고지넉한 산사에 걸맞는
조선시대 건물, 대웅전이 나그네들을 조용히 맞이해 줍니다.
한 건물 벽기둥에 목각 거북 2쌍이 보입니다.
용도는 바로 이것
바로 옆의 문 고정장치였다는 거죠.
어디 그 뿐입니까?
대웅전 문 창살의 기막힌 문양이 역시 눈길을 붙들어맵니다.
이런 기발함이... 뭐 하나라도 그냥 대충 지나치는 일이란 없는
절집 풍경이 기분 좋습니다.ㅋㅋ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직 흩뿌리듯 내리는 빗줄기를 고마워하며
예의 증명사진부터 모두 모여서 찰칵, 찰칵~
번번이 이런 수고를 해주시는 참가자 여러분께 감사…..
경내를 여기저기 살피고 숲길로 들어섭니다.
곳곳에서 사람주나무의넙적한 잎사귀들이 보입니다.
사람주라는 이름에 뭔가 특별한 뜻이 담겼을 것만 같은데
박희준 쌤 설명으로는 ‘사람주’란 경상도 지방 사투리라고만 설명되어 있어
당신도 그 의미를 모르겠다고 아시는 분, 혹은 나중에라도 알게 된 분은
꼭 알려 달랍니다.
사람주 나무 열매, 즉 씨는 10월쯤 맺히는데
먹거나 기름을 짜는 데 사용을 하는데
특히 그 기금은 물건이 썩지 않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물건 겉에 바르는 데 쓰거나 등유(燈油)로 이용된다고 하니 혹기 그 주인지??
1200개인지, 1080개인지, 아님 1020개인지 설이 구구한
(우리 참가자 일동은 1080개일 것으로 합의 봤슴
수사에서 정혜사까지 오르는 길에는
굴피나무 수꽃이 산길 바닥을 뒤덮듯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향기가 참 싱그럽고, 화사했습니다.
그 향기 코 끝에 매달고 계단을 오르고 다시 오르니
경허, 만공 스님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흘러나오는
소림초당이며, 자연석을 통으로 조성해낸 관음보살 입상,
우리 나라 비구니 최초의 선방이라는 견성암,
현대적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만공스님 부도탑,
동방제일 선원이라는 정혜사, 만공스님이 말년에 수행하셨다는 전월사까지
눈도장 콕콕 찍으면서 덕숭산을 올랐습니다.
물론 비와 함께~
하산길이 문제였습니다.
좁다랗게 난 그야말로 숲속길, 오솔길이었는데
비바람에 그만 충분히 즐기지를 못한 듯 합니다.
게다가 갈림길에서 순간 헛갈려 한 팀은 매우 경사진 쪽으로
또 한 팀으로 빙 돌아서 내려오느라 모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수덕사의 배려로 공양간에서 늦었기에 더 맛난
점심 공양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고
우리의 버스 기사 아저씨의 보너스,
만리포 바닷가로 고고씽~
아직도 비줄기는 흩뿌렸지만 거기, 바닷가에 풋풋한 젊음들이 뛰놀고 있었고
모진 고난 겪어낸 비단 고둥 같은 작고 여린 생명체들을 만난 그 기쁨에
귀경길이 여기저기서 정체를 빚었지만 우린 모두 평화로웠습니다.
감사한 마음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