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낯익은 말투다. 단문(短文)을 거듭하면서 차근차근 논리를 세워가는 문장. 10년 전 입적한 법정 스님이 1984년에 쓴 ‘불자(佛子)의 도리’란 글의 일부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이 글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이사장 덕조 스님)가 발간하는 동명의 월간 소식지 ‘맑고 향기롭게’ 내년 1월 호에 실린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는 15일 “2021년 1월 호부터 법정 스님의 미발표 원고를 매달 게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월 호에는 ‘불자의 도리’와 함께 ‘침묵’ ‘좌선’ 등 글 3편이 실린다. 원고는 모두 법정 스님의 맏상좌인 덕조 스님이 30~40년간 간직해온 육필 원고.
법정 스님은 ‘침묵’에서는 “침묵은 하나의 존재다. 그것은 우주의 언어다”라며 가톨릭 수도자 토머스 머튼, 고려시대 야운 스님, 마하트마 간디 등이 침묵에 대해 설명한 어록도 소개한다. 또 ‘좌선’에서는 ‘눈을 감지 말라’ ‘허리와 척추, 머리와 목을 똑바로 세워 그 모양이 부처님 사리탑과 같게 한다’ 등 구체적 좌선 방법을 일러준다.
법정 스님은 10년 전 입적하면서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겠다”며 자신의 저서에 대한 절판(絶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무소유’를 비롯한 스님의 저서를 폐기했지만 독자들은 서운해했다. ‘맑고 향기롭게’에도 스님의 글을 읽고 싶다는 요청이 꾸준히 이어졌다고 한다.
덕조 스님은 “생전의 법정 스님은 조선일보 등 일간지와 월간지 샘터, 월간 ‘맑고 향기롭게’ 등에 글을 실으며 세상에 맑은 법문을 전하셨다”며 “스님의 미발표 원고를 혼자 보관하며 읽기엔 너무 아까워 ‘맑고 향기롭게’ 소식지를 통해 매달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단장하는 월간 ‘맑고 향기롭게’는 친환경적으로 만든다. 버려지는 부분이 없도록 종이를 6번 접은 32절 서첩 양식에 화학풀, 철사,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