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은 이제 그만… 동서화합 우리가 이끌어요”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 행사
여수-부산 여고생 200여명 참석… 장기자랑 하며 1박2일 추억만들기
“부산사람은 시원하고 호탕해서 좋습니다. 벌써 친구가 된 걸요.”“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친구가 먼저 다가와 줘 참 고마웠습니다.”전남 여수중앙여고 1학년 대표 황비아 양(16)과 부산진여고 1학년 대표 박지민 양(16)은 14일 만나자마자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날 오후 5시 부산 사상구 신라대 마린바이오산업화지원센터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 출범식에서다.올해로 12회째인 한마당 행사는 여수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공한 기업가인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박수관 회장(YC그룹 회장)이 2002년 사비를 털어 시작했다. 정치인과 기성세대가 남긴 지역 감정이라는 부정적 유산을 청소년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였다. 지금까지 영호남 청소년 2800여 명이 소통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매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참가 학교를 선정한다. 여름방학을 전후해 영호남을 번갈아 가며 열린다.이날 낮 12시 신라대 백양생활관에 모인 여수중앙여고 1학년생 119명과 부산진여고 1학년생 110명은 점심을 함께했다. 이어 자기소개와 상대방 어깨 주물러주기로 스킨십을 하면서 얼굴을 익혔다. 2시간 동안 ‘가라사대 게임’ ‘연예인이 담임선생님으로 오신다면’ ‘혼합팀 포스터 만들기’로 한데 어우러졌다.그런 뒤 진행된 출범식에서는 이미 친구가 다 된 것 같았다. 양쪽 학교 선생님과 지역 인사가 소개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주철현 여수시장(58)은 “이런 작은 씨앗이 나무가 되고 숲이 돼 동서화합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이번 교류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재민 부산시 행정부시장(52)은 “오늘의 활기찬 모습이 한국의 미래인 것 같다”며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인연이 지속되길 빈다”고 축사를 했다.학생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백양생활관에 모여 2시간 반 동안 장기자랑과 퀴즈게임, 노래와 춤 경연대회로 우정을 쌓았고 기념품도 교환했다.학교별로 2명씩 4명이 한 조를 이뤄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들은 15일 오전 부산의 명소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관람하면서 어느덧 오랜 친구가 돼 있었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일정을 마치고 여수로 돌아가는 여수중앙여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부산진여고 김욱수 교장(61)은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면서 나눈 정은 잊지 못할 추억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수중앙여고 이재윤 교감(55)은 “청소년에게는 애초 마음의 벽이니, 경계의 선이니 하는 게 없었다”며 “이런 만남이 기성세대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사정상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YC그룹 박 회장은 1984년부터 부산과 여수의 양로원, 재활원, 복지관에 성금과 성품을 지원하고 자원봉사를 하며 동서화합에 헌신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지역 발전에도 앞장서는 박 회장은 2009년부터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맡아 민간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다.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