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기는 무소유 가르침
입력 : 2017-02-23 [19:12:47] 수정 : 2017-02-23 [23:11:16] 게재 : 2017-02-24 (29면)
▲ "봄날 새로 피어난 꽃과 잎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십니까"라는 말을 남긴 법정 스님 입적 7주기를 맞았다.
사진은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주최로 지난 22일 열린 법정 스님 7주기 봉행식. 김경현 기자 view@
봄꽃의 기분 좋은 미소가 겨우내 갇혔던 마음을 툭 열어주는 계절. 한 해 중에 꽃 피는 봄을 무척 좋아하고 떠날 때는 봄에 떠날 거라고 말씀하시더니 결국 3월에 떠난 법정 스님.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서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울 것인지 각자 한 번 살피십시오. 스스로가 어떤 꽃과 잎을 펼칠 수 있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꽃으로 피어날 씨앗을 일찍이 뿌린 적이 있었는가요."
법정 스님이 2009년 4월 19일 남긴 법문 일부다. 스님은 이어 "봄날은 간다. 덧없이 간다"며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 피어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 듣기를 바란다"며 법문을 마쳤다.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법정스님 7주기 추모법회
불자·시민 등 200여 명 동참
'거룩한 침묵의 소리' 음미
서울 길상사도 법회 봉행
법정 스님은 삶 자체가 선이었다. 그림자는 그림자를 남기지 않듯, 큰스님으로서 어떤 삶의 자취도 남기지 않으려 했던 무소유의 삶을 살다가 2010년 3월 11일 스님이 창건한 서울 길상사에서 법랍 55세, 세수 78세로 입적했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회장 박수관) 역시 법정 스님 음력 기일에 맞춰 지난 22일 오전 법정 스님 열반 7주기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범어사 금강암회주 정만 스님, 산청토굴 원필 스님, 부산불교교육대학 학장 범해 스님에서부터 맑고 향기롭게 운영위원, 자원봉사자, 조계종 부산불자회, 부산불교지도자포럼 회원,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2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법정 스님에 대한 삼배와 헌향, 헌화에 이어 스님의 생전 법문 영상 상영, 전 범어사 주지이며 성주사 조실 흥교 큰스님의 추모 인사가 이어졌다. 집전은 천주암 원제 주지 스님이 맡았다. 박수관 회장은 "법정 스님은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 주기 바란다'는 청빈의 가르침을 남겼습니다"라며 "그래서 7주기 추모법회 또한 조촐하고 간소하게 봉행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길상사 역시 법정 스님 입적 7주기 추모법회를 봉행하고, 법정 스님의 삶과 뜻을 기렸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에 따라 추모법회는 조촐하고 간소하게 봉행 됐다. 송광사 동당 법흥 스님은 추모법문을 통해 "스님은 생전에 어떤 소임도 맡지 않으려고 했다"며 생전 법정 스님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아함경'에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들은 인연에 의해 지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는 불자들이 될 것"을 당부했다.
법정 스님은 "맑은 가난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맑은 가난이란 많이 갖고자 하는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는 일입니다. 진정한 가난은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지 않고 스스로 주어진 여건에 만족할 줄 압니다"라며 무소유 사상이 자발적 가난이며 함께 가난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봄날은 간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물질과 욕망에 끌려다니는 현대인들. 법정 스님 입적 7주기를 맞아 새로 피어날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박태성 문화전문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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