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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06-03-13

    2006년 3월-<여행의 기술>

본문

3월 부산모임 독서모임은 지난 3월 1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부산모임 사무국에서 가졌습니다.

이 달에는 첫모임부터 꾸준히 참석하시는 김순덕 회원님과 처음 참가하신 유재경 회원님, 사무국 직원 2명이 함께하였습니다.

이 달에는 선정도서를 목차와 제목별로 짚어가면서 밑줄 그은 곳을 차례로 읽고, 밑줄 그은 이유와 감상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목차의 소제목을 책 내용이 아닌 우리 각자의 이야기로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즉, 생활 속 각자의 ‘축복의 기도’, 살아오면서 느꼈던 ‘인생의 향기’,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만나는 인생의 선생(참가자 모두 인생의 선생으로 공통되게 법정스님을 꼽았다)’들, ‘인생은 축복 그 자체’임을 느꼈던 순간, 우리네 ‘삶을 강하게 만드는 법’, 내 ‘영혼의 쉼터’, 각자 그려보는 ‘삶의 끝자리’ 등으로 각자 삶의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할아버지의 기도>를 읽은 전반적인 소감은 이러합니다.


유재경 회원님-주인공의 할아버지처럼 내 손주들에게 좋은 할머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책이다. 김순덕 회원님-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본 책이었다.


강희정 간사-어린시절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감동적인 책이었다.


김윤정 과장-기독교를 정서적 배경으로 하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불교의 깨달음을 담아낸 책인 것 같다. 지순한 진리의 세계는 단순하고 또한 서로 닮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김순덕 회원님 소감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불교경전을 대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부처님이 6년 고행 후 깨달으신 것이 이 세상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법이었다. 너와 내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어쩌면 한층 더 세상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지 않을까.

그러면서 지난날 내가 읽은 책 <좁쌀 한 알>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지은이 장일순 님은 돌아가셨지만 그가 살아온 길을 일화와 그림을, 그의 글씨를 대면할 수 있는 책이었다.

평생을 내가 아닌 남을 배려하고 남을 섬기며 살아가신 그의 삶을 생각하며 부처님이 그러하셨듯이 우리도 일상 속에서 작으나마 하나씩 실천하는 행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만 그럴 뿐 늘 행동이 뒤쳐지는 나를 보면서, 곧잘 시비분별을 일으키는 내가 무엇이 우선이어야 할 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6년 전에 읽은 책, 일지 이승헌 님의 <힐링 소사이어티>도 생각난다. 정확한 글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너무 좋아서 읽고 바로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그 책에서는 치료와 치유의 차이를 애기한 것 같은데……. 아무튼 이 본문의 내용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지금 내가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일에 대한 해답도 제시되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신 법정스님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밑줄 그은 구절>


-깊이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잊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진정으로 슬픔을 표현했을 때 우리는 치유받는다. 또한 고통이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과정이다. 이미 사라진 것들을 더 이상 끌어안으려 하지 않고 하나씩 놓아 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들을 위한 참된 슬픔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순수하게 남에게 베푸는 차원은 기꺼이 열린 마음을 자신의 코트를 주지만 누가 주었는지 모르게 주고 그 코트를 받은 사람이 모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자선을 베풀었다는 사실도 잊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 안에 있는 선함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자선을 베풀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준다는 것은 한 송이의 꽃이 저절로 향기를 뿜어내듯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남에게 선을 행하지만 상대의 자존심이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바르게 주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지 않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낫다. 삶을 축복하지 않는 것보다 조금 잘못된 방법이라고 해도 축복하는 것이 좋다.


-어쩌면 베풀어주는 것만으로는 누군가를 관대한 사람이 되도록 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베푸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일에 직접 관여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봉사란 배움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힘이다.


-어떤 것을 안전하고 바르게 보호를 한다는 것은 이 세상이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져야 하는 첫 번째 책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를 진정으로 돌보고 보호할 생각이라면 상처받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어떤 것을 바꾸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른다.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고 실망을 느낄 수도 있으며 상실의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마음 안에는 삶의 어떤 체험을 변화시키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찾고 인생을 완성시켜나가려면 지식이나 전문성을 추구하는 것 못지 않게 마음을 계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식만으로는 인간답게 살거나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쓴 가면을 벗어던져야 한다.


-때로 어떤 것이 clear해지기까지 다시 말해 빛의 인도를 받아 온전히 남을 섬길 수 있을 때까지는 일생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져다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침묵일 것이다. 드러내지 못한 비판과 불행으로 가득 찬 침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안식처가 되고 영혼의 쉼터가 되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침묵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침묵을 몹시 목말라 한다. 침묵 안에서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를 맛보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침묵은 위대한 힘이 있는 장소이며 치유의 장소다. 침묵은 하느님의 무릎이다.


-남을 도울 때는 만족감을 찾게 되지만 섬김은 오직 감사의 체험만을 공유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기법을 사용하여 지혜에 이르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명상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요가를 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들은 선을 한다.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고 단식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당신 안에 있는 어떤 것을 조금 더 잘 듣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지혜에 이르게 하지는 못한다. 삶을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지혜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순하게 삶과 어깨동무를 할 때 우리는 삶이 지니고 있는 문제들을 풀 수 있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인간적인 새로운 어떤 것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가면을 쓴다. 너무나 오랫동안 가면을 쓰고 살았기 때문에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때로는 우리의 문화가 가면을 쓰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섬김은 의무보다는 관대함에 가깝다. 섬김은 우리를 서로에게 그리고 삶 자체와 연결시켜준다.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체험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섬기게 된다.


*강희정 간사 소감


이번 책은 가슴이 참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지난번 책들과 마찬가지로 숙제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가슴 뭉클한 장면들 때문에 책을 잠깐 덮어 두기도 했다. 잊고 지냈던 나의 기억들이 많이 겹쳐졌기에 그런 나의 기억 때문에 눈물이 났었다.

내가 아들이길 바라셨던 할아버지는 처음엔 나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이름도 지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우리가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되면서 할아버지는 나를 많이 예뻐하셨다고 한다. 손녀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유아원에 다닐 때 아침마다 데려다 주던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는 내가 시집갈 때 까지 사시겠다 하셨는데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그 해 설날 다음날 돌아가셨다.

내게 따뜻한 기억과 그리고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나는 기억을 갖게 했던 할아버지. 어느 날 아침 유아원에서 체험 학습 가는 날 그날도 할아버지는 나를 데려다 주셨다.

내가 버스에 올라타고 할아버지는 내게 손을 흔들어 주려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버스에 올라타고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논다고 할아버지께 손을 흔들어 드리지 않았다.

그 때 나는 버스에 타자마자 할아버지를 잊어버렸던 것 같다. 그 뒤로 할아버지는 그게 많이 섭섭하셨던지 약주를 드시고는 그 이야기를 아빠에게 했다고 한다. 아빠는 가끔 약주를 드시면 그 이야기를 내게 하곤 하셨다.

그리고 우리 외할아버지. 우리 외할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돌아가셨는데 성당을 아주 열심히 다니셨고 손재주가 좋으셨다. 항상 무언가를 고치고 새 것처럼 만들어 놓으셨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우산이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고장난 우산을 고쳐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우리가 외가에 가거나 우리집에 오실 때 항상 계란과자를 사주셨다. 지금도 계란과자가 나오는지. 외할아버지가 사주었던 계란과자가 그립다.

이런 기억들이 있어 참 고맙고 감사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잊었던 기억들을 다시 한 번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다. 또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었고, 그 반성을 통해 다시 찬찬히 되돌아보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는 숙제를 얻었다.


* 김윤정 과장 소감


지난 한 해, 어느 해보다 ‘봉사’라는 의미를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7년 가까운 시간을 소위 이웃돕기를 주업무로 하는 단체에 소속되어 일하면서, 해를 거듭할 수록 봉사는 어렵고 무거워졌다. ‘더 잘, 더 많이’에 시나브로 묶여버린 것이다.

그래서 때늦은 대학원 진학을 시도하였고 새 봄의 시작과 함께 다시 학생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소위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쌓아보겠다는 나름의 다짐을 가지고…….

그러나 각 강의의 첫 수업에서 시종일관 들어야했던 것은 지식과 기술만으로 훌륭한 복지사가 될 수 없고, 좋은 프로그램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가르침이었다.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복지사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에 더해 3월의 도서,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할아버지의 기도>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묶여있고 갇혀있던 나의 어긋난 ‘봉사’에 대한 관념들을 털어낼 수 있게 되었다. 법정스님께서 법문을 통해 누차 말씀하신 ‘나눔’,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존재하며, 함께 함’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참다운 진실은 우리를 따뜻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그러했다.


<밑줄 그은 구절>


-우리는 우리 안에 내재하는 신의 현존을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 카발라는 우주 안에 숨어 있는 거룩한 존재가 매순간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고 가르친다. 세상이 우리의 귀에 속삭이고 우리 안에 계시는 신의 불꽃이 우리 마음에 속삭인다.


-봉사나 타인을 섬기는 일에서 어떤 재능이나 탁월한 능력 같은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봉사나 섬김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지식이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우리 존재로서 봉사하고 섬길 수 있다.


-우리가 타인을 위해 봉사하거나 섬겨서 그들의 나약함을 채워주고 고장난 부분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섬기는 것은 하나의 전체로서 우리 안에 있는 존재 그 자체다. 어떤 방법으로 섬기든지 우리의 섬김은 그 자체로 우리를 축복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섬기면서 축복을 보낼 때 세상과 우리 주변과 우리 안의 빛은 더욱 밝아진다.


-세상을 치유하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 누군가가 우리를 축복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선(善)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소외시키는 두려움과 무기력함, 불신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축복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삶의 축복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축복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간혹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면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알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을 받아들이는 겸손이다. -봉사란 배움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힘이다. 우리는 그것을 조금씩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삶을 산다. 어떤 일을 다르게 하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같은 일을 새로운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관점을 지닌다면 오랫동안 해왔던 일들 안에서 놀라운 축복을 발견하고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찾고 인생을 완성시켜나가려면 지식이나 전문성을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마음을 계발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지식만으로는 인단답게 살거나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없다.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은 윗사람이 못살게 굴거나 아이가 말썽을 부리고 연인과의 관계가 깨지는 데 있지 않다. 영혼의 감각을 잃는 데에 있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영적인 본성을 거스르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인식을 지닐 때에만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영혼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영혼임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인생을 고치는 법을 배우려고 몇십 년의 세월을 애쓴 후에야 문득 인생이 고장이 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 모든 존재 안에는 더 큰 온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씨앗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그 씨앗에 물을 주고 가꾸어 나갈 때 삶을 잘 섬길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 안에는 단 하나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다양한 삶의 방법이 있지만 모든 삶은 지혜에 이르는 하나의 영적인 여정이다. 그것을 안다면 자기 자신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달라진다.


-무엇이 본래의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게 하고 우리를 작게 만드는지, 우리를 사로잡는 것이 무엇인지 늘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어느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자기 안에 빛을 밝힌다면 결국 그 빛이 모여 이 세상을 환히 밝히게 될 것이다.


-진정한 지혜는 해답을 구하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찾는 해답은 항구한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나는 잘 사는 비법은 해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삶에서 일어나는 물음들을 나누는데 있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