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 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그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피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20선’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선정된 추천도서 목록에는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과 법정 스님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인생 수업’의 독서 포인트를 소개하면서 ‘상실을 겪고도 치유 방법을 몰라 방황하는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도 일상생활을 한 번쯤 관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라고 적시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과연 ‘인생 수업’이 한 번쯤 읽어야 하는 책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습니다. 혹 우리가 인생을 사는 동안 평생 옆에 지닌 채 두고 두고 읽어야 할 책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인생 수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호스피스 운동가 퀴블러 로스가, 시인 류시화가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1700 공안 중의 하나를 소개합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르쳐 주는 가장 놀라운 배움 중의 하나는 삶은 불치병을 진단 받는 순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때 진정한 삶이 시작됩니다. 당신은 죽음의 실체를 인정하는 순간, 삶이라는 실체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고, 지금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고, 자신에게 있는 것은 지금의 이 삶뿐임을 깨닫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모든 날들을 최대한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와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들을 보러 가십시오.' 달리 뭐라 다시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은 일지 않습니다. 다만,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 하나를 되짚을 뿐입니다. '대개 과거란 현재 이전의 시간이며 미래는 앞에 놓인 시간이라고 여기지만, 이것은 시간이 일직선으로 된 연속선상에 놓여 있음을 전제로 한 가정입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일직선이 아니며, 우리가 ‘과거-현재-미래’라는 단단한 형태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직선적인 것이 아니라면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만일 시간이 직선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에 동시에 존재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책의 서문에서 퀴블러 로스가 유체이탈의 신비 현상을 경험하였다고 밝힌 구절을 접하는 순간에는 류시화의 한계(?)를 자인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인 류시화 역(譯) 시민운동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저작은 개인적으로 격앙된 채 오랫동안 출간을 기다려왔던 책이었습니다. 저는 시인을 문화운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일당백의 시민운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시집 한 권을 손에 쥐기 위해 기꺼이 정가로 후원금(?)을, 기부금(?)을 납부할 수 있습니다. 그 책은 사랑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고 때로는 홀로 있는 영혼을 보듬습니다. 아도르노가 혐오했던, 마르쿠제가 비판했던 우리의 물신주의를 시인의 책 한 권이 극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교환가치를 축적해가고 소통해가는 소비자를 일컬어 우리는 스스로 시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 이미, 언제나 동승해왔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합니다. 한가위, 달빛이 쏟아져 내리고 우리는 온몸으로 맞습니다. 또, 부산모임 강희정 간사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