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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06-11-15

    2006년 10월-<슬픈 열도>

본문

10월 독서모임 <슬픈 열도>


부산모임 10월 독서모임은 사정상 연기되어 11월 10일 사무국에서 가졌습니다.

이 날 모임에는 유재경 회원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독서모임을 준비하셨으나 자리하지 못하셨던 김순덕 회원님께서는 독서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김순덕 회원님


그것이 극일이든 항일이든 순일이든 간에 한 많은 생을 살다간 우리의 뿌리를 생각하니 한쪽 가슴이 무겁게 짓누름을 느낀다. 그리고 그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내 안의 국가관, 조국과 나, 세계 속의 우리나라, 세계 속의 나, 우주안의 모든 생물체 그리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해 본다.

지금 나의 안온함은 먼저 간 선조들의 피땀으로 영근 것이라 생각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은혜 속에 내가 살고 있는지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북핵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로 온 나라 안이 시끄러운 이 시점에 과연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국가관이 날로 퇴색되어 가는 이 현실을 꼬집기 위해 부처님은 이 책을 우리에게 주셨는가. 개인의 행복만을 쫓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숙제를 주는 책이었다.


강희정 간사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아주 가깝지만 마음으로는 아주 아주 먼 나라다.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이번 책을 읽기 전까진 그냥 그런 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는 그 말이 내 가슴이 박혀서 참 갑갑하기 그지없다.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할 때는 발휘되지 않는 일본의 ‘섬나라 근성’은 우리나라를 상대할 때는 노골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이 ‘일본침몰’을 당하지 않는 한 가까이서 같이 살아가야 하기에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견제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항상 피해를 당하는 입장이었던 것만 같다. 막연한 반일감정... 막연한 피해의식.. 일본은 아주 싫고 아주 얄밉고.. 이런 감정들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까지 열 권의 책을 읽으면서 숙제들을 많이 쌓아 놓았는데, 이번엔 아직 내가 무슨 숙제를 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뭐라 설명하기 힘든 답답함이 계속 남아 있다.


김윤정 과장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반일감정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었는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면서도 일본어나 일본문화가 가장 흔한 부산에서 가장 기본적인 일본어조차 머리에 담지 않으려 할만큼 나의 반일감정은 거세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막연하다.

그래서 <슬픈 열도>라는 책의 제목부터 나의 대책없는 반일감정을 돋운다.

낯선 땅 일본에서 살다간 우리 선조들의 한맺히고 서글픈 삶의 자취를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의 구성은 앞선 생각 그대로 일본 땅에서 잠시, 혹은 태어나 살다갔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반조하고 있다. 저술을 위한 역사적 자료나 고증에 필자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이 느껴진다. 사소한 듯 얽힌 곳까지도 직접 찾아보는 철저함이 ‘일본통’이라는 필자의 별칭이나 기자로서의 직업관에 철저히 부합되는 듯해 신뢰가 간다.

그러나 메이저 언론에 대한 나의 개인적 선입견이 필자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가 조명하는 주인공들에 대한 시선들에 애써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어쩐지 한국인의 후예로서 바라본 주인공의 삶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일본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처럼 애정어린 시선들이 부족한 것만 같았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미처 느끼지 못했던 점인데, 책의 전체 구성이 동일한 분야에 대한 인물간 대조적인 경향을 띄고 있었음을 책을 덮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필자의 의도적인 구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미처 든다.

다만 책을 덮으면서 그다지 ‘슬프지’ 않은, 다만 안타까웠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입 안의 모래처럼 거칠게 남는다.

그리고 한 인물의 삶의 뒤편에 반쯤 가려진, 그러나 그들에게 그야말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아내와 어머니, 그들 삶 속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많이 생략된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