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굉스님의 <山色>을 읽고 지난 3월, 4월 부산에서는 독서모임이 야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동일한 구성원들로 지속되는 독서모임이지만 사무국에서만 진행하던 모임장소를 변경하여 야외로 나가보니 아주 색다른 느낌이 들었고 새로운 추억이 되는 것 같아 참여자 모두가 좋아합니다.
<산색>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 정기적으로 게시되는 ‘풍경소리’의 짧은 토막 이야기들처럼 간결하면서도 비유나 은유, 상징적 기법을 통한 크고 깊은 의미들이 잘 함축되어 있는 선역(禪譯)들이어서 마치 칼릴 지브란의 <스승의 목소리>를 읽을 때와 같은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독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함께 모여 서로 나누고 다시 되새겨본 <산색>의 독서후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유재경 회원님
좋은 책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충분히 감동을 주는 책이다 법정스님께서 이번에 추천해주신 운서 주굉스님의 <산색> 역시 양심이 실종되고 질서가 무너지는 요즘 보배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주굉스님은 굉장히 모범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비심이 충만하고 본분에 철저한 분이기도 하다. 그런 당신의 사상을 중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다. 계율을 지켜야 하는 것(특히 불살생에 관해) 스님들의 수행자세 등을 자주 강조하신다. 그런 말씀들을 읽으면서 양심의 가책을 많이 받았으며 또한 가슴이 후련함을 느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씩 옆길로 가기를 종용받는다. 하기 좋은 말로 방편이니 융통성이니 하면서 말이다. 이럴 때 보배와 같은 성현들의 말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흔들리는 세상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난세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부처님이 말씀하신대로 사바세계이기 때문이다. 사바세계를 좀 더 평화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영웅은 언제나 계신다.
맑고 자비로운 삶을 사신 주굉스님 같은 분들, 남겨놓으신 책들……. 이런 책을 만난다는 것이 행운이다. 좀 더 많이 읽혀지고 한 구절이라도 실천하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김순덕 회원님
불가에서는 꽤 알려지신 분인 것 같은데 나는 이 책의 인연으로 처음 주굉스님을 만났다. 그런데 마음에 속속 들어오는 글 때문인지 친근한 감마저 들었다. 표현이 궁색하겠지만 몹시 가려운 몸의 일부를 긁고 난 뒤의 시원함, 통쾌함이 든다고 할까.
어쩌면 나는 내 허물보다 남의 허물에 눈독을 들이는 내 업장이 본문의 글들을 통해 여과없이 들통나는 것을 여실히 들여다 본 계기가 되었다.
본문 중에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대목인 아래 글을 ‘어리석은 사람은 경계를 없애고, 마음은 없애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없애고, 경계는 없애지 않는다.’ 문자에 집착하지 말라는 주굉스님의 당부 말씀도 있지만 나는 윗 글을 늘 옆에 두고 내 무명을 씻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큰 도를 얻고서도 그마저 놓아버린, 그 어디에도 얽매임이 없는 진정한 자유인, 부끄러운 일에는 부끄럽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주굉 스님만의 용기와 겸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늘 번잡한 마음과 세상사는 이치에 어두워 헤매일 때 스님의 지혜를 빌려 잠시 쉬어감도 행복하리라.
강희정 간사
이 번 책을 읽으면서 불교에 대해 생각이 많아져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리고 책 내용을 이해 할 수 없어 더 갑갑한 마음이었다. 불교는 내게 아주 막연한 느낌이다. 종교가 뭐냐고 물었을 때 불교라고 선뜻 대답하지도 못하고 불교가 뭐냐고 물었을 때 뭐라 설명할 수도 없는 아주 어중간한.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닌, 불교와 가깝게 있으면서도 겉돌기만 하는 그런 느낌이다.
한때는 의욕적으로 불교 기초 교육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는데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공부하러 다녔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매번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책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독서모임을 함께 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공감할 수 있고 더 가슴에 와 닿았다는 것이다.
독서모임이 한달에 한번 해야 하는 숙제로 마음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담보다는 독서모임을 통해 더 많은걸 배우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참 감사하다.
다시 책을 뒤적이다가 옛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은 경계를 없애고 마음은 없애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없애고 경계는 없애지 않는다”라고 하신 구절이었다. 이 구절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김윤정 과장
<산색>을 통해 주굉스님은 여러 단계의 취미 중 책읽는 취미가 가장 고상하다고 이야기 하셨다.
세인들의 집착이나 취미 중 유독 독서에 대한 집착과 취미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이야기 되거나 아주 높이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독서의 유익함에서 본다면 결코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 독서모임 회원님들을 비롯한 나 역시 취미생활에 대해서는 꽤 좋은 인연을 지었구나 라고 감히 자부해도 될 법하다.
그리고 불교 수행자인 스님의 저서인만큼 역시 살생과 육식에 대해 자주 언급하셨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물에 데고 나니’를 읽고 나서는 잠시 책 읽기를 쉬고 육도중생의 해탈을 위해 기도하였으며, 평소 그릇이 작아 나 자신과 내 가족, 내가 아는 인연들을 위한 기도로만 그쳤던 한계를 차츰 벗어나서 세상 만물의 평화와 해탈을 위한 기도가 가장 기본이며 필수적이 되어야 함을 각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살생을 금하는 가르침이 여느 경전 못지 않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데 그 날 이후로 거의 하루에 한 번씩 (크고 작은 바퀴벌레를) 살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주어져서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 조금 무감하던 살생의 고통과 순간의 번민, 살생 후의 후회를 크게 느껴야만하는 상황이 계속 주어지는 지 여태 무감했던 살생이 새삼 크게 느껴지는 건 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농작물을 해치는 산짐승을 불가피하게 사냥할 수 밖에 없는 농민의 마음도 아니고, 한 숨 들이쉬고 내쉬는 이 순간에 내가 살아있음으로서 쉼없이 일으키는 생각으로의 살생, 입으로의 살생, 몸으로의 살생, 무지에서 비롯된 살생, 욕구에서 비롯된 살생들이 내 존재의 고통으로 다시금 다가왔다.
책의 구절 중에서 ‘크게 깨달아 크게 깨우치지 않으면 진정한 자유는 없다’는 구절은 하나의 큰 화두처럼 내게 물결쳐 왔다.
주굉스님의 <산색>에서 내게 가장 큰 교훈은 입으로만 외는 독불이 아닌 마음으로 염(念)하는 염불을 해야 함을 경계하심 이었는데, 이로써 독서가 아닌 염서를 해야 함을, 나 자신은 너무 자주 그렇지 않았음을, 못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도 그러하거니와,,, 짧은 글 속에 담긴 내용들은- 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