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독서모임은 지난 10월 30일,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위치한 <언덕위의 집> 까페로 장소를 옮겨 실시하였습니다.
노을진 바다를 창으로 내다보며 가진 독서모임은 더욱 여유롭고 아름답고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
김순덕 회원님은 모차르트의 생애를 좀 더 고찰하여 그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도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지혜를 가졌던 그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들려주셨고, 법정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 실린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라는 구절을 나누어 읽기도 하였습니다.
서정록 선생의 <잃어버린 지혜, 듣기>를 읽고 함께 모여 나눈 감상을 정리하여 봅니다.
유재경 회원님
서정록 선생의 <잃어버린 지혜, 듣기>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책의 부피 때문에 부담감을 가졌으나, 표지 안쪽 작가 소개에 장일순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인디언에 대한 공부를 통해 마음이 열렸다는 내용에 얼른 친근감이 느껴져서 설레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대로 책의 중반까지 재미있게 읽으면서 속으로 많이 울었다. 주로 인디언과 원주민들의 지혜로운 태교방법을 설명했기 때문에 대학생, 중학생, 두 아이의 엄마인 나의 입장을 자꾸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입덧이 유난히 심하고 지금보다 철이 없었고 생활이 힘들었다는 이유로 태교를 제대로 못한 게 너무나 아쉽다. 그나마 아이들이 아기 때부터 노래를 많이 불러주었던 기억이 나는 게 다소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작은 아이는 가끔 건성으로 불러 준 적이 있는데 이제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불러주고 싶다. 알프레 토마티의 연구 내용을 계속 인용하면서 귀의 중요성을 설명하는데 결론은 자폐증의 예방과 치료 방법으로 이어진다.
모든 것이 복잡하고 인성이 피폐해지는 요즘 자폐아는 늘어갈 것인데 하루 빨리 이 좋은 방법을 도입하여 자폐아 또는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에 응용하였으면 좋겠다.
독서모임의 추천도서는 늘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 책 만큼은 분명히 선물을 많이 할 것이다.
주위의 결혼을 앞둔 사람들, 특히 친구들의 자녀나 친인척들의 자녀가 결혼할 때는 꼭 할 것이다.
끝으로 간절한 바램 하나! 아래 내용이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꼭 실리기를! '인디언 어머니들은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꽃의 색깔이며 모양과 향기 등을 태아에게 일일이 설명해 준다.
아름다운 풍광이나 저녁 노을을 만나도 아이에게 그 황홀한 모습을 자세히 들려준다. 또 동물을 만나면 그 동물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시냇물을 만나면 냇물이 어떻게 노래하며 춤을 추는지 들려준다.’
‘불이시여, 이 아이의 인생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모두 태워주세요. 깨끗이 정화하시어 이 아이가 사랑과 공경을 배워 나가는 동안 넘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김순덕 회원님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에서 출발한 내면의 여행을 한 기분. 우리 몸을 통해서 또 하나의 우주를 보게 하는 신비로움. 40대 중반의 여인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함에 부족함이 없고, 번거롭게 느껴질 정도의 곳곳의 관련 주(註) 안내는 저자의 그간의 노력과 열정, 독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서정록님과 관련 여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먼저 보냅니다.
본론에서도 언급했지만 잘 듣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심각한 질병일 수도 있다.
그것이 신체적 결함 뿐 아니라 정상적인 귀를 갖고서도 잘 들을 줄 모르는 우리들에게 북미인디언들을 비롯한 원주민 사회와 전통사회의 듣기 문화를 통해서 듣기의 중요성을 차근차근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들의 듣기 문화는 한 마디로 감동 그 자체다.
과학적 지식도, 정보도 울다 갈 그들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우리 사회. 또 한 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알프레 토마티. 모차르트 음악의 진가도 과학적으로 분석, 연구한 토마티. 여기서 잠시 모차르트의 생애를 찾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귀의 아인슈타인이라는 그가 일궈낸 결과가 이 시대 고통받는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역시 한 의사의 인간적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잘 살아야 한다는 응답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 주위에는 지폐증 아이나 ADHD 아이를 둔 부모들이 있다. 토마티의 연구센터와 같은 의료기관이 우리나라에도 빨리 도입되어 위의 질병으로 고생하는 부모들의 시름을 한층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강희정 간사
인디언들의 듣기에 대한 태도와 삶의 방식에 대해 참 많은 감동을 받았고,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극복하고 듣기에 대해 이렇게도 엄청난 연구와 업적을 남긴 알프레 토마티에 대해서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계속하며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정말..놀라운데..이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나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 책을 나중에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꼭 읽게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고 모차르트 음악을 구해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 때 제일 처음 독서모임의 책이였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을 읽고 남았던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 부끄러웠다.
걷기예찬에서의 숙제도 안했고... 거의 모든 책을 읽으며 이것은 꼭해야지 마음먹었던 것들을 하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게으르고 정신없이 살았을까 하는 반성도 했지만 또 잠깐이고 일상에서 또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나는 왜 그럴까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 아! 그렇구나 하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음치이고, 몸치인거, 외국어 배우는 것을 힘들어했던 것, 사람들의 말을 빨리 알아듣지 못하고 나름대로 재해석하는 것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러 사람들 앞에 나서기 부끄러워하는 것, 한쪽으로 삐딱하게 서 있는 것 등의 여러 가지 다양한 현상들과 결과들이 듣기의 문제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듣기의 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많은 아픔과 고통, 그 때문에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듣기를 통해서 다들 행복해지면 좋겠다.
***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
법정스님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침묵을 익힌다는 말이다.
침묵은 자기 내면의 바다이다.
진실한 말은 내면의 바다에서 자란다.
자신만의 언어를 갖지 못하고
남의 말만 열심히 흉내내는
오늘의 우리는 무엇인가.
듣는다는 것은 바깥 것을 매개로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소리를 깨우는 일이다.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사람은
그 말에서 자기 존재를 발견한다.
그러나 자기 말만을 내세우는 사람은
자기자신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구절이 있다.
‘별들이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남한테 전하려면
그것에 필요한 말이 우리 안에서 먼저 자라야 한다.‘
말이 되기까지는
우리들 안에서 씨앗처럼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듣는다는 것은
자기 것을 비우기 위해 침묵을 익히는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