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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 12-06-17

    ‘무소유’로 채운 첫 공양 나눔 집(동아일보-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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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로 채운 첫 공양 나눔 집

법정스님 입적후 인세수익 광주 공양간에 처음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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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잇는 ‘공양 나눔 집’ 안내 팻말(왼쪽 사진).

10일 오후 이금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광주전남지부 운영위원장(오른쪽 사진 왼쪽)과 김용덕 총무가 11일 시작될 첫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0일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인근 한 상가에 ‘맑고 향기롭게’라는 간판이 설치돼 있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출입문에는 ‘점심 공양 나눔 집’이라는 작은 푯말이 붙었다. 지하 1층(264m²·약 80평)에 들어서자 이금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광주전남지부 운영위원장(60·여)을 비롯한 회원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공양 나눔 집에서 점심을 드실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정성껏 김치를 담그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첫 점심을 제공하는 공양 나눔 집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이어가는 공양간(식당)이다. 공양 나눔 집은 법정 스님이 입적한 뒤 생긴 ‘무소유’ 인세 수익금 20억여 원이 처음 쓰인 곳이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무소유 인세 등을 모두 장학금으로 남몰래 기부했다. 법정 스님은 입적 전에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인세에서 공양 나눔 집 전세금 5000만 원과 탁자·의자 등 시설비 1400만 원, 운영비 1000만 원 등 7400만 원이 지원됐다.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도 16년째 소외계층에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고 장학금도 전달했다. 광주전남지부 한 회원은 “법정 스님이 살아계셨다면 스님 도박 파문 등에 유구무언이라고 하셨을지 아니면 불호령을 하셨을지 궁금하다”며 법정 스님을 그리워했다.


공양 나눔 집에는 탁자 20개와 의자 80개가 있어 소외계층 80명이 한꺼번에 점심을 먹을 수 있으며, 매주 월∼금요일 낮 시간에 소외계층 100명에게 1000원짜리 1식 3찬의 백반을 제공한다.



11일 첫 점심은 아욱국, 버섯볶음, 호박나물, 김치로 메뉴가 짜였다. 백반을 먹고 나가는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모금함에 1000원을 넣는다. 돈이 없으면 넣지 않아도 된다. 모금된 돈은 다시 소외계층 후원금으로 쓰인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500원, 1000원이라도 받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며 “동정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정신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립 15주년을 맞는 광주전남지부는 다음 달 7일 광주 동구 KT빌딩 대강당에서 ‘법정 스님을 그리며 공양 나눔 후원을 위한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고현 광주전남지부장(62·조선대 디자인학부 교수)은 “광주 공양 나눔 집이 잘 운영되면 다른 5개 지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2-06-11 03:00:00 기사수정 2012-06-11 0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