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기부문화 캠페인
아름다운 마무리
7월의 결연 대상자 - 강성녀 어르신
사실상 믿기지가 않습니다, 걸어다니는 것이 힘들다니. 걷는 운동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데 이것을 마다하시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신체 기능이 더 이상 저하되지 않도록 아무리 아파도 자꾸 걸으셔야 하는데, 운동을 꺼리시는 어르신들의 태도를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인근 정릉사회복지관에서 점심식사를 무료로 이용하시는 어르신이 개운산스포츠센터에서 수영 프로그램도 이용하시도록 권유해드릴 참이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새로 들어선 정릉실버복지센터에서 생활체조 프로그램도 참여해보시면 좋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성녀 어르신(86세)는 운동을 하고 나면 허리가 더 아프고 피곤해서 운동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무료할 정도로 시간이 많지만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요통 약을 복용하시는 강성녀 어르신은 한 평생을 같이 해온 그녀의 몸이 이제 더 이상 걷는 운동조차도 허락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월세 10만원짜리 방에 혼자 살고 계시는 강성녀 어르신은 지난 겨울에 낙상으로 손과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두달여를 꼼짝 못하고 방 안에만 있었습니다. 고향은 황해도 개성, 기초생활 어르신 중 고향을 떠나온 이북5도민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아 청운의 꿈을 안았던 실향민의 애환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27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들을 혼자 키웠습니다. 그러나 첫째 아들은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고, 둘째 아들과는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다만, 둘째 아들이 낳은 손녀 하나를 강성녀 할머니가 혼자 길러왔습니다. 어느덧 손녀의 나이는 34살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한 가족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수는 119만 명.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혼자 쓸쓸히 여생을 보내는 독거노인이 전체 노인인구(589만 명)의 20%를 넘어선 것입니다. 독거노인의 96.7%가 평균 3.86명의 생존 자녀가 있지만, 자녀가 주1회 이상 접촉하는 비율은 34.9%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살로 인해 사망한 노인의 60%는 독거노인이며, 동거노인에 비해 자살률은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성녀 어르신에게 손녀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실제로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할 때 손녀는 할머니를 찾아가 간호해드렸습니다. 결혼해 영등포에 살고 있는 손녀는 최소한 한 달에 2번은 할머니를 찾아뵙는 효녀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비록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지만 고등학교 3년을 장학생으로 졸업했던 손녀딸을 할머니 역시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동안 손녀는 할머니가 혼자 사는 좁은 월세방에서 하루 밤을 묵어가기도 하면서 유일한 가족의 도타운 정을 확인하곤 했었습니다. 하늘 아래 서로에게 의지했던 이 가족은 과거의 상처에 얽매이지 않고 늘 서로를 격려하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가족의 바람은 어서 손녀딸이 새 엄마가 되어 증손주를 보는 것입니다.
독거노인의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노인들의 경제적 빈곤, 신체적 질병, 심리적 고독과 우울증이라는 진단 외에 가족기능의 복원이라는 또다른 요소가 중요한 대안입니다. 올해 봄을 맞아 4월초, 강성녀 어르신이 원룸으로 이사하셨습니다. 6가구가 화장실 하나를 같이 써야 했고 도시가스 배관도 연결되지 않은 오래된 가옥에서 새로 지은 집으로 옮기셨습니다. 동주민센터의 알선으로 더 좋은 방에서 더 저렴한 월세로 살게 되었지만 보증금이 모자라 400만 원의 융자를 얻어야 했습니다. 손녀딸의 수고가 많았습니다.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는 독거노인의 아름다운 마무리뿐만이 아니라 강성녀 할머니 가족의 새로운 시작을 지원합니다. 우리 맑고 향기롭게 회원 모두가, 시민 모두가 함께 어느 손녀딸이 사랑하는 강성녀 어르신의 활기찬 노년을 축복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후원계좌 : 신한은행 100-013-787953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 거리캠페인 일정 : 7월 6일(일), 7월 27일(일) 성북동 길상사 경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