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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11-01-08

    산속은 고요하나 웅성한 아름다운 세상 / 이효석

본문

아래의 글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산'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글입니다.

산을 찾아 산을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 글이라서 올려봅니다.

이효석님은 저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 출생(1907)으로 강원도의 자연을 그대로 소설 속으로 옮겨 담았습니다.

'산' 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들에서도 그 모습들이 잘 드러나고 있지요.


이효석의 '산' 중에서


나무하던 손을 쉬고 중실은 발밑의 깨금나무 포기를 들쳤다. 지천으로 떨어지는 깨금알이 손 안에 오르르 들었다.

익을 대로 익은 제철의 열매가 어금니 사이에서 오도독 두 쪽으로 갈라졌다.

돌을 집어 던지면 깨금 알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르다. 높게 뜬 조각구름 떼가 해변에 뿌려진 조개껍질같이 유난스럽게도 한편에 올망졸망 몰려들 있다. 높은 산등이라 하늘이 가까우련만 마을에서 볼 때와 일반으로 멀다. 구만 리일까 십만 리일까.

골짜기에서의 생각으로는 산기슭에만 오르면 만져질 듯하던 것이 산허리에 나서면 단번에 구만 리를 내빼는 가을 하늘.

산속의 아침나절은 졸고 있는 짐승같이 막막은 하나 숨결이 은근하다.

휘였한 산등은 누워 있는 황소의 등어리요, 바람결도 없는데, 쉴 새 없이 파르르 나부끼는 사시나무 잎새는 산의 숨소리다.

첫눈에 띄는 하아얗게 분장한 자작나무는 산속의 일색. 아무리 단장한 대야 사람의 살결이 그렇게 흴 수 있을까.

수북 들어선 나무는 마을의 인총보다도 많고 사람의 성보다도 종자가 흔하다.

고요하게 무럭무럭 걱정 없이 잘들 자란다.

산오리나무, 물오리나무, 가락나무, 참나무, 졸참나무, 박달나무, 사스레나무, 떡갈나무, 무치나무, 물가리나무, 싸리나무, 고로쇠나무..... 골짜기에는 신나무, 아그배나무, 갈매나무, 개옻나무, 엄나무. 산등에 간간이 섞여 어느 때나 푸르고 향기로운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노간주나무...... 걱정 없이 무럭무럭 잘들 자라는 산속은 고요하나 웅성한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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