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시에서 수확할 수 있는 10가지 자원 이야기
"도시, 자연 자원을 경작하다(City, cultivating natural resource)"
'기후변화와 도시'를 연관해 생각하면 도시는 온실가스를 집중해서 내뿜는 '악당'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실제로 도시는 지구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산다. 결국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는 열쇠는 '도시'가 가지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도시에서 시민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바로 도시에서 'CO2'를 경작하는 것이다. 이때 경작은 '배출'이 아니라 '흡수'의 의미이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어떻게 'CO2'를 경작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도시는 엄청난 자원을 소비하고, 폐기물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자원 소비량을 조금만 줄여도, 폐기물을 조금만 더 재사용하고 재활용해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여기 도시에서 'CO2'를 경작하는 10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프라이팬에서 청소차 연료로" - 바이오디젤
도시 곳곳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 튀김, 통닭집의 폐식용유를 모아 바이오연료로 사용하자. 서울 강동구청에서는 지역의 5개 중고등학교를 통해 가정에서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모아 청소차 연료로 쓰고 있다. 약 30대의 청소차가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달린다.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에서는 폐식용유로 152대의 버스가 쌩쌩 달린다. 일본의 탐험가 야마다 슈세이씨는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로 총 17개국 약 47,000km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 세계일주에도 성공했다.
2. 물을 수확하는, '빗물 시티'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는 '빗물' 박사로 통한다. 물은 정수하는데도 에너지, 수도꼭지까지 이동시키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 교수에 따르면 광역상수도에서 물 1톤을 공급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0.2~0.3kWh라고 한다. 그래서 빗물을 모아 레인시티를 만들자고 한다. 빗물을 모아 조경수로 쓰고, 텃밭에도 쓰고, 여름엔 건물 지붕에 뿌려 냉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도시의 건물에 작은 '빗물 저금통'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 생수에 담긴 물을 마시지 않는 것도 에너지를 줄이는 일입니다.
3. "금을 수확하다" - 도시 광산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다 버리는 휴대폰과 컴퓨터에도 금, 리튬, 타이타늄, 코발트, 니켈 같은 값비싸고 국내에서 생산 안 되는 금속들이 들어있다. 휴대전화 1톤에서는 금 400그램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도시 광산은 이런 금속을 추출해서 재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 버려지는 휴대폰의 20%만 재활용 된다고 한다. 우체국은 시민들이 가지고 온 폐휴대폰에서 금속을 추출해 수익금으로 지역사회를 돕는 ‘폐휴대폰 기부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4. "배추값 비싸요. 키워서 먹읍시다" ― 도시 농업과 상자 텃밭
지난 10월 배추값이 10,000까지 폭등하자 도시 인근 주말농장 신청에 관한 문의가 폭주했다. 시민들이 도시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면 이산화탄소도 흡수하고, 먹을거리도 생산하고, 열섬효과도 막을 수 있다. 도심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불가능해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좁은 골목길 구석에서, 주말 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경작 본능이 있다. 부산 금정구 부곡4동 주민들은 2007년부터 주민센터 옥상위에 열무, 오이, 고추, 배추, 무 등을 재배해 관내 독거노인 20명에게 반찬을 만들어 전달한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린다.
5. "에너지 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 - 절전소
도시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멀리서 생산된다. 멀리 해안가 지역에 위치한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송전탑을 통해 산 넘고 물 건너 도시로 공급이 된다. 그래서 도시에서 전력 소비를 줄여야 지역에 발전소가 하나라도 덜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절전소' 운동이 필요하다. 플러그를 뽑지 않았을 때 낭비되는 대기전력은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력량의 11%나 차지한다. 가구 당 306kWh로 돈으로 환산하면 3만5,000원이다. 거의 1년 중 한 달 전기요금에 가깝다. 지구의 온도 상승이 걱정된다면 대기전력부터 거둬들이자.
6. "태양을 경작하다" - 태양광 발전소
남향이나 남동향으로 지붕을 낸 도시의 대형빌딩 마다 태양광 발전기가 올라가면 얼마나 좋을까? 태양광발전기는 공간만 있다면 도시에서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청파교회' 지붕위에는 교회건립 100주년을 맞아 설치한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한전에 팔아 지역의 에너지 빈곤 가구를 돕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뉴욕에서 열린 친환경디자인 경연대회 '그리너 가제트(Greener Gadget) 2009'에 ‘블라이트’라는 기발한 작품이 등장했다. 창문에 설치하는 블라인드에 태양광 발전 장치를 붙인 것이다. 블라인드는 낮에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해 충전기에 저장한 뒤 밤이 되면 전등이 된다. 이처럼 태양광발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태양광시계, 태양광 정원등은 이미 상용화되었다.
7. "열대림을 지키다" - 재생용지, e-mail 청구서, 머그컵, 손수건
인류가 하루에 소비하는 100만 톤의 종이를 만들려면 1천200만 그루의 나무를 베어야 한다. 그 결과 지금 전 세계의 원시림은 1/3밖에 남지 않았다. 종이를 안 쓰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꼭 사용해야 하는 종이는 재생종이로 사용하고, 우편으로 날아오는 청구서를 모두 이메일 청구서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요즘에는 텀블러라고 뚜껑이 달린 휴대용 물통을 들고 다는 이들도 있다. 화장지나 손건조기를 사용하는 대신 손수건을 이용하는 것이 도시에서 열대림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언제가 책에서 읽은 환경운동가가 지켜야 할 덕목 중에는 '낙서하지 않기'도 있었다.
8. "박동하는 심장으로 석유를 대체하다" - 자동차 대신 자전거
프랑스에 ‘벨리브’가 있다면 창원에는 ‘누비자’가 있다. 누비자는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으로 연 2만원, 월 3000원 가입비를 내면 자전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08년 10월 도입 후 창원시민 3명중 한명은 누비라를 이용했고, 현재 회원수가 5만7000여명이다. 안산에서도 공용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운영하는데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전시 관저2동에서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가 참여해 어린이전용자전거도로를 포함한 마을자전거 길을 직접 디자인했다. 주민들이 참여해 자전거 길을 만든 것이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마치 석유를 생산하는 것과 같다. 대신 시민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교통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9. "쓰레기는 자원" - 재활용
쓰레기통이 예뻤으면 좋겠다. 버려지는 물건들이 담기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쓰일 자원이 담기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도록, 그리고 애써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이 정말 재활용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필통에 ‘나는 원래 타이어 고무였어요(I used to be a car tire)’ 또는 연필에 ‘나는 원래 컵이었어요(I used to be a cup)’ 라고 무엇으로 재활용해서 만든건지를 나타내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에코파티 메아리에서는 버려지는 가죽 소파를 재활용해 각종 가방과 필통, 사물함을 만들어서 팔고 있다. 재활용도 좋지만 '벼룩시장', '녹색가게',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자기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들과 교환해서 재사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10. "바이오가스로 버스가 달린다" - 하수종말처리장 바이오가스
유기성폐기물이 혐기성 소화를 하면 생성되는 것이 메탄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의 22배에 달하는데, 천연가스의 주성분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가축분뇨나 하수종말처리장의 메탄을 회수해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거나 고도로 압축해 운송수단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스웨덴에서 많이 개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바이오가스를 버스나 기차 연료로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남물재생센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차량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수도 자카르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 960만 명의 대도시가 과도한 인구집중과 해수면 상승, 잦은 홍수와 지반침식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대도시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도시에서의 적극적인 노력만이 지구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도시에서 신나게 탄소를 줄이고, 자원을 수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도시에서 탄소를 잡아낼 수 있는 녹색 대안을 10가지가 아니라 100가지, 1000가지를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 출처 및 링크 : 사이버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