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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10-09-13

    [법보신문] 맑고향기롭게,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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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향기롭게,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

“손수 만든 화장품, 동물실험 줄이는 지름길”

기사등록일 [2010년 09월 07일 13:58 화요일]

샴푸서 로션까지 직접 제조…재료비만 부담

3년째 수요일마다…“생명살림 생활서 실천”



지난 9월 1일 맑고향기롭게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 참가자들이 천연 식물성 샴푸를 직접 만들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상한가의 배우들을 섭외해 자사의 화장품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 만 가지의 화장품 종류가 개발되고 계절별로 기능성 화장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향수, 샴푸, 치약, 염색제, 스킨 케어 제품, 색조 화장품 등 화장품은 이제 현대인들의 필수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화장품 부작용 실험으로 인간을 대신해 죽어가는 동물들이 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화장품 동물실험을 포함한 동물실험은 국내에서만 국공립연구소 60여 곳을 비롯해 대학 연구실 300여 곳, 민간 실험실 600여 곳에 이른다. 2007년 국립독성연구원 추정치에 따르면 1년 간 500만여 생명이 인간을 위한 실험으로 실험대에 오른다.


안구 자극 실험에는 토끼가, 피부에 나타나는 독성을 알기 위해서는 최소 3마리의 토끼와 기니피그가 사용된다. 염증과 부어오름 등 실험동물들은 인간보다 먼저 고통을 겪는 셈이다. 심한 경우 실험동물들은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5억 여 마리에 달하는 동물들 중 상당수는 화장품류 등 산업 분야 전반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과 피부 건강이라는 욕망이 살생을 부추기고 있는 격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이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폭로와 언론매체들의 보도로 인해 알려지자 천연화장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특히 화장품이 피부질환을 일으킬 때마다 보다 자연에 가까운 화장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갔다.


다른 생명에 대한 살생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맑고향기롭게(이사장 덕현)의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는 시작됐다. 구호성 운동보다는 생활 속 생명살림 실천을 지향한 것이다. 지난 9월 1일 서울 길상사에서 열린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에는 10명의 참가자가 자리했다. 참가자들은 정애리(50, 보명심) 자원봉사 강사의 설명에 따라 천연샴푸 필요한 재료를 비커에 담아 저울에 올려 일정량을 정확히 쟀다.


헤나 나뭇잎에서 추출한 모발 기능성 재료와 두피와 모발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식물성 재료를 섞었다. 핫플레이트에 올려 잘 섞이도록 계속 저은 후 샴푸가 완성되면 250ml의 병에 옮겨 각자의 가방에 담았다. 각자 재료비만 부담하고 샴푸를 가져갔다. 맑고향기롭게 사무국이 천연화장품 제조 장소와 비커, 저울 등은 무상 제공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았다. 1년이 넘도록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썼다는 황온선(62, 법륜행) 씨는 “사용해보니 천연비누와 샴푸, 로션은 피부 자극이 덜하다”고 말했다.


맑고향기롭게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는 2008년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30분 길상사에서 열리고 있다. 매주 샴푸, 로션, 세럼, 비누를 차례로 만든다. 입소문이 퍼져 회원과 비회원 모두에게 문이 열린 강좌는 대기자가 몰리는 등 인기다. 때문에 사무국은 매주 2명의 자리를 비워두고 새 참가자에게 천연화장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부 건강도 지키고 인간 외의 생명을 배려하는 보람을 느낀 참가자들은 각자의 소모임과 생활로 천연화장품을 홍보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크다.


맑고향기롭게 김자경 사무국장은 “물 한 방울이 바다를 이루듯 맑고향기롭게는 개개인이 실생활에서 생명살림을 실천하는 것을 지향한다”며 “내 손으로 직접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쓰면 스스로 분명한 어조로 이로운 점을 말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국장은 “요즘은 천연화장품이라고 해도 기초적인 것보다는 미용에 치우친 화장품이 많다”며 “화장품을 천연식물 재료로 만들며 현대 사회에 넘쳐나는 미적 욕망 탓에 실험으로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맑고향기롭게의 천연화장품 강좌는 불살생계를 으뜸 덕목으로 하는 불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강좌의 제한된 참가 인원과 개인적으로 재료, 제작 도구 구입이 어려워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정애리 강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천연화장품 만들기 소모임은 많다”며 “굳이 맑고향기롭게 강좌가 아니더라도 불자라면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063호 [2010년 09월 07일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