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안 왔습니다.
정말로 조금 흩뿌리듯 하다가 말았고,
시원한 바람에, 큰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까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 지 몇 번이고 소리쳐 말했습니다
“오늘 비 안왔습니다잉~~”
큰 비 예보 때문이겠지요.
41분 중에서 9분이나 빠진 32분에 진행팀 4사람,
해서 36명의 맑고 향기로운 이들이 속리산 법주사 숲기행을
잘 다녀왔기에 보고 드립니다.
법주사는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위치해 있으며
신라 때 사찰로 많은 유물과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미륵도량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륵신앙지인 금산사를 개창한 진표율사께서
제자 의신을 보내 중흥을 시킨 사찰로 한 때는 길상사라 불리기도 했답니다.
진표율사를 뵙고 농사일을 돕던 소가 덥석 절을 올린 곳에 난 길상초를
지표로 삼아 바로 그 자리에 의신이 법을 지니고 와 세운 절이기에
길상사라 했다는 겁니다.
경내로 들어가면 넓은 평지에 가람이 시원시원 조성되어 있고
금강문 앞에도 두 그루의 기세 좋은 전나무가,
대웅보전 앞에는 긴 세월을 묵묵히 간직하고 찰피나무가
숱한 열매를 달고 서 이었습니다.
그리고 명부전 외벽에 그려진 지옥도는 오늘 내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행여 비 올세라 살짝 절을 빗겨 문장대 등산로를 따라 들어섰습니다.
주차장 부근 자연생태탐방로에서 만난 끈끈이대나물 꽃을 시작으로
빗물을 머금기는 했지만 그래도 꽃다운 꽃,
여름꽃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귀나무에서는 아직 향기가 머물러 있었고, 장구채도 만났지요
하도 꽃이 작아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별꽃 비슷한 벼룩자리(? 맞나요?),
범부채, 갈퀴나물(? 얘도 이름이 맞는지… 쩝~), 경내의 천인국까지…
일기가 고르지 못함에도 많은 식물들이 열매를 꼼꼼히 맺고 있음에도
역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 대기가 더 바쁜, 늘 후회만 하는 저의 초라함이라니…
쪽동백의 새초롬한 동글동글한 녀석하며 단풍나무의 곧 날아오를 듯한 프로펠러 열매,
말발굽을 닮았다는 말발도리 열매, 머루의 연둣빛 열매,
비목의 탱탱한 열매, 법당앞에서 무거워보일 정도로
열매를 달고 있는 찰피나무까지…
이른 새벽 길상사 부처님께 간절히 부탁 올렸거든요.
오늘 제발 속리산에 비가 조금만 왔으면, 아니 안 오면 더 좋겠다고요.
응답해 주신데 대한 감사 기도를 대웅보전 부처님 전에서, 필상전 사면 부처님께
꾸벅꾸벅 절하며 마음 전했습니다.
비와도 좋다고, 걱정말라고, 우비 예쁜 것 샀다고,
비 온다고 불참한 것이 아니라 사정이 생겼다고 연락 주신 분들까지,
비 안 오니 또 좋다고 기뻐해주신 여러분들,
숲해설 하시느라 애쓴 두 분 박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비가 안 왔다구요!!!!!!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