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자연

    • 06-02-28

    창경궁 탐사 ㅡ 2월23일

본문

2006년 새해, 새로 활동을 시작한 3기 전통생태모니터링팀은 지난 2월23일(목) 서울 종로구 와룡동 소재 '창경궁'으로 첫 현장탐사를 다녀왔다. 강사 이광호 선생님과 간사, 회원 8명 등 일행 10명은 오전10시, 매표소 앞에서 만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리라는 의욕에 가득 차 보무도 당당하게 홍화문으로 입성했다. 산이나 절, 수목원을 주로 찾아갔던 현장탐사에 웬 궁궐? 궁궐은 일제강점기에 그 모습이 많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 나무가 비교적 많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현장탐사의 의미가 큰 곳이다. 또 3기팀 식생공부 교재인 '궁궐의 우리 나무'책을 통해 안 것을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컸다. 텅빈 속을 시멘트처럼 보이는(시멘트 아님) 방부처리한 마감재로 채우고도 꿋꿋하게 살아 하늘을 향해 치솟은 키가 큰 회화나무, 늘씬한 몸매와 흰 피부로 '나무의 여왕'으로 불리우지만 도심의 매연에 갇혀 수피에 분진이 꺼멓게 붙은 '검은 미인'이 되어버린 자작나무, 깊은 나이테 속에 구중궁궐의 비화를 묻어두었을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간다는 주목, 그냥 그대로 예술품인 향나무, 늘 다듬어진 키 작은 정원수로만 보았는데 2~3m로 키가 큰 회양목, 길쭉한 잎눈과 동그란 꽃눈을 함께 달고 있는 생강나무...... 보고 찍고 쓰고 만져봐야 할 것은 아직도 많은데 어느샌가 일행들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훌쩍이고, 곱은 손을 비비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봄은 우리의 마음에 먼저 오는 것인지, 두둑한 등산복 등산화를 벗어던진 일행들은 "선생님 추워요"를 연발했다. 급한대로 온실로 들어가 몸을 녹이며 깽갱이풀, 앵초, 박쥐란, 처녀치마, 호랑가시나무, 매발톱, 봄맞이풀, 백량금, 둥글레, 송악, 금낭화 등을 보았다. 예쁘긴 하지만 어쩐지 힘없고 맥없어 보이는 그 모습과 나란히 작년에 생태모니터링 다니며 보았던 봉선사의 앵초와 매발톱, 천리포수목원의 호랑가시나무, 광릉수목원의 둥글레, 선운사의 송악 등이 TV의 동시화면처럼 떠올랐다. 화초든 사람이든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추우면 떨고 더울땐 땀 흘리며 견뎌야 고유의 생생한 빛과 향기를 가질 수 있는 것임을 생각했다. 몸이 녹자 배고픔이 찾아왔다.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버린 오후 2시. 온실을 나온 우리 일행은 "날씨 따뜻해지면 '궁궐의 우리 나무' 책 들고 다시 오자."는 말을 삼삼오오 주고 받으며 홍화문을 나섰다. 추위와 배고픔엔 장사가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