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다, 게으르다 ....... 이 정도면 게으름의 극치라 할 만하지요~ 2005년 11월 9일에 갔던 화양계곡 생태모니터링 후기를 이제서야 뻔뻔스레 올리니....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후기를 올립니다. 너그런 맘으로 이해해 주시길..... 문득 올려다 본 화양계곡 도명산 중턱에서 올려다 본 가을 하늘이 너무 상쾌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제 몸의 잎들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들을 맘껏 벌리고 하늘을 떠 받치듯 서 있는 나목들과 더불어 올려다 본 하늘은 기가 막힐 정도로 높고, 파랗고, 유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파란 하늘 아래서 우리 생태모니터링 팀원들을 낙엽을 즈려 밟고 공부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도명산 좁은 산길을 헐떡 거리며 막 올라오자 광호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무 줄기 하나 들고 말씀을 시작하시는 겁니다. 숨 고르랴, 설명 들으랴, 송글송글 맺힌 땀 닦으랴 바쁘지만 그래도 즐겁기만 합니다. 그렇게 만난 녀석이 바로 얘입니다. '개암나무 수꽃' 어릴 적 도깨비 집에 잘 못 들어간 마음씨 착한 나뭇꾼 얘기 기억하시죠! 무서움을 꼭 참고 있다가 그만 배가 고파 개암 열매를 딱~ 씹었다가 그만 (어쩌구 저쩌구.......) 바로 그 개암나무의 수꽃이 요놈입니다. 꽃이라기엔 뻘쭘한 모습입니다만 푸른 꽃을 아직도 달고 있는 녀석의 푸른 씩씩함이 부러웠습니다. 화양계곡 곳곳에서 만난 나무의 수피입니다. 굵은 줄기가 온통 하얗게 빛나는 은사시나무입니다. 일명 현사시나무라고 하구요. 속성수로 화양계곡 일대를 조림하느라 인위적으로 심은 나무들이라는데요. 짐작컨대 수령이 30~40년 쯤 된 듯하다면서 광호쌤은 수명이 짧은 나무라 화양계곡의 숲을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다른 수종을 심어 키워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수 백년, 수 천년을 사는 줄만 알았던 나무들이건만 수종에 따라 이렇게 짧은 삶을 사는 녀석들도 있다니 안타까웠습니다. 녀석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저렇게 묵묵히 서 있을까요? 신나무의 타는 듯 붉은 잎입니다. 어찌나 색이 곱고, 밝은 지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 저기 늦게까지 남아 있는 단풍잎들도 곱디 고운 붉은 기운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만 신나무의 매력이 너무 컸습니다. 엊그제 신문에서 단풍나무의 붉은 잎은 주변 나무들을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독을 품고 있다는 기사를 서로 이야기했습니다만 그럼에도 그 곱기만 한 붉은 빛의 유혹만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을 저렇게 화려하게 마감하다니.... 대단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둔한 등산화 밑에서 바스락 바스락 노래를 불러주는 낙엽들과 두러두런 이야기 나누면서 걸음을 재촉합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힘은 덜 들지만 조심해야만 합니다. 무릎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걸음이 늦춰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면서 둘러보는 산의 맛이 또 다르기 때문에 부러 천천히, 낙엽이 미끄럽다 탓(?)을 하면서 곁의 나무 줄기 한 번 더 쓰다듬고 나뭇잎 한 잎 슬쩍 건드리면서 하산했습니다. 절경이라는 화양 팔경을 계곡 따라 내려오며 더듬어 보았습니다만 역시 산길이, 숲으로 난 길이, 나무들과 벗하며 걷는 길이 우리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