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이 피네"
오늘(11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김소월 시인의 작품 산유화의 한 구절로 알려져 있지요. 또한 법정스님이 지난 1990년대 수년간 한 신문에 연재해온 칼럼 제목이기도 합니다.
3월 11일 오늘은 법정스님의 5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스님이 남긴 잠언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큰 그릇은 만들어놓지 않고 욕심껏 담기만 하려 한 결과이다. 이 불황은 우리들 마음이 그만큼 빈약하다는 증거이다. 개체를 넘어서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넉넉해진다"
스님이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은 무소유였습니다.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넉넉해진다는 겁니다. 그러나 세상이 손에 쥔 욕심들은 요즘 들어 더 도드라져만 보입니다.
장관직과 국회의원직. 양손에 떡을 쥔 채 어느 것도 놓고 싶어하지 않는 후보자들. 접대문화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김영란법 역시 법안을 조율한 정치권은 여기저기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놨습니다. 기존에 누리던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였겠지요.
'올해 임금은 1.6% 이상 올리지 말라'
회원사에 지침을 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갈수록 팍팍해지는 노동자의 삶의 질은 아랑곳않고 있는 것만 같아 보입니다.
빈손 그리고 빈 마음이 그리운 사회. 어찌 보면 선문답 같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법정스님이 남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내봅니다.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오늘 낮부터 꽃을 시샘한다는 마지막 추위가 물러났습니다. 겨울이 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산에는 꽃이 피고… 봄은 시작되는 것일까요?
"잎을 다 떨치고 빈 가지만 남은 나무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다 털어버려야만 새 잎, 새 싹이 나옵니다. 겨울산에서 경전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낡은 잎 떨어뜨리고 빈 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새 잎은 돋아나고 꽃이 피게 되는 이치. 자연이 가르쳐준 빈손 빈마음의 이치를 어리석은 사람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앵커브리핑은 덕분에 날도 세우지 않고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법정 스님 덕분이겠지요.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