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주말 선수련회에 참가했었습니다. 덕조 스님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시간이 흐르면 약발이 다할테니 그때되면 다시들 오십시오." 정말 얼마되지 않아 일상이 나태해지고, 게으른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선수련회에 참가하려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습니다. 몇 주 후 매화가 만발하던 때 다시 길상사를 찾았습니다. 도량내를 둘러보다 덕조스님께서 부르시더군요. 저희와 다른 일행(외국인)은 스님 처소로 향했습니다. 활짝 핀 단아한 매화 꽃 한 송이가 떠있는 향긋한 매화차를 대접받았습니다. 그때 그 기억은 아마 그날의 봄기운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향기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덕조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덕조스님께서 대접해 주셨던 매화차> ... 두서가 너무 길었습니다. 수련회 전까지 나태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수련회 전 날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우며 놀았구요. 흐리멍텅해진 정신으로 길상사에 도착했습니다. 첫날 밤에 108를 하면서 흘린 땀은 마을에서 쩔어버린 나태함의 기운들을 몸밖으로 그리고 마음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 참선의 시간은 말 그대로 자신과의 싸움이더군요. 화두는 고사하고, 나태한 제 자신을 다그치고, 어스르고, 달래고.. "네 다리는 없다. 고통은 단지 네 뇌에 보내지는 전기적 신호에 불과해." 처음으로 제 몸이 이처럼 나약한 존재인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은은한 달빛아래 수행한 마지막 참선은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 마을의 음식을 거침없이 먹어왔던 저로서는 발우 공양을 하면서 자원봉사자 님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과 그 음식에 담긴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마지막 날 새벽 철야 1080배를 하면서 처음 50분은 그럭저럭 죽비 소리에 맞추어 끝냈습니다. 두번째 50분은 마음속에서 온갖 소리가 다 들리더군요. 다리가 풀리고, 땀은 비오듯 쏟아지구요. 마지막 50분은 눈물을 쏟으며 절을 했습니다. 전에 있던 108배 때는 별 생각 없이, 이게 언제 끝나나라는 생각만 하면서 절을 했었는데.. 처음으로 절을 하면서 무언가 간절하게 빌며 절을 했습니다. 타지에서 아들 녀석 공부시키느라 이 더운 날에도 고생하시는 부모님, 어머니께서 다리가 많이 안 좋으셔서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지셨고, 뙤약볕에 강에 나가셔서 땀 흘리고 계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니, 있는 눈물 없는 눈물이 다 쏟아졌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몸도 다리도 하나도 아프지 않더라구요. 지산 스님의 우렁찬 구호도 힘이 되어서 정말 힘차게 1080배를 해냈습니다. ... 마지막에는 정말 몸이 녹초가 되어서 아침예불도, 아침공양도, 수계식도 회향식도 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보낸 것 같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시간이기도 하구요. 좋은 도반들과 연락처라도 주고 받아 좋은 인연 계속 이어갔으면 참 좋았을 것을 말이죠.. ... 지산 스님을 뵈면서 출가 수행하시는 스님들은 멀고 경외스러운 분들로만 알고 지냈었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주셨습니다. 청년회 법회에 참가하라는 스님의 스카웃 제의. 약속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강석 스님!! 제가 시계를 자주 봤는데요, 참선 시간도 줄여주시고, 원래 3번 하는 참선을 2번만 하게 해주셔서 쉬는 시간도 늘려주시고.. 말없이 자비스런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 덕조스님..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말씀 하나 하나 잊지 않고 실천하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원이 하나 있는데요, 차를 한잔 더 얻어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들어주실꺼죠? ^^ ... 4일 간의 맑고 향기로운 출가시간은 제 젊은 날을 이끌어갈 아주 크고 소중한 자원으로 저를 지탱해 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길상사와 인연을 맺게 해주시고, 맑고 향기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신 강원도 오두막에서 더운 여름을 나고 계실 법정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합장) ... <덕조스님 처소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