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뒷담 손바닥만한 물웅덩이에 서럽도록 환한 달빛! 저물도록 법성포 바닷가를 기웃거리다 돌아오는 길 자칫 헛디뎌 밟을 뻔한 지상에 뜬 달 한줌! 바다도 아니요 호수도 아닌 발 밑, 시궁창이 치자꽃 같은 하얀 달빛으로 가득하다 바로 이 자리에서, 제 속의 출렁거림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았던 것이냐 흔들리는 제 맘을 얼마나 간절히 내린 것이냐 급한 물살에는 그림자도 쉬어가지 못하건만 넓고 큰 바다만 그리던 나 어리석음의 파도를 걷어내고 이 자리에, 바로 이 웅덩이에 내 설움 내려놓을 수 없을까 / 박규리, 지상에 뜬 달 한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