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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04-03-01

    2월 28, 29일~ 禪수련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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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일요일 뒤에 있는 황금같은 연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1박 2일 수련회를 마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때까지만 해도 수련회 후기를 쓸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고, 3월, 4월, 5월, 그 이후 달에 수련회를 하시는 분들을 위한 간단한 팁으로 생각해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 첫째 날 #### 저는 그 전에 두번의 수련 경험이 있었습니다. 2003년도 강화도 전등사와 능인선원 국녕사 수련회에 참석한 후 매년 2회이상 수련회에 참석한다는 것이 저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조건은 항상 다른 절에서 수련회를 참석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틀릴 듯이 모든 절이 틀리니깐요. 물론, 전.. 여행을 좋아해서 그렇게 사찰 여행겸 수련회를 같이 병행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게 2번의 수련경험 이후, 길상사의 첫날.. 좌복 위에 올려놓은 가지런한 수련 교재와 좌복에 꽂아 논 명찰 두개, 그리고, 묵언(默言) 수행이 차근차근 지켜지는 그런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너무나 잘 정리된 화분처럼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놀랐습니다. "아~ 역시 매달 수련회를 열다 보니 노하우가 생긴 안정된 프로그램이구나~"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장 스님의 경상도 사투리로 강의하는 절집에서의 예절과 절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저야 부산에서 올라온지 3년밖에 안된 인이여서 그냥 익숙한 말이었으나, 그래도, 저렇게 터프한 스님은 처음이었기에 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뒤에, 길상사 만의 특유한 부폐식 저녁 공양이 있었습니다. 큰 쟁반에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적당히 담고 수련회 참석한 모든 인들이 의자에 착석한 후,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가~"를 말하고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그리고, 큰 쟁반에 꼭.. 단무지 한개를 담아야 합니다. 첫 번째 공양때 개인적으로 김밥을 많이 먹다 보니 단무지가 싫어 빼고 가져왔는데, 앞 자리에 앉아 계신 분께서 단무지 2개를 주셨습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情이 많습니다. 2개나 주셨으니깐요. ㅠㅠ 공양 후, 길상사에서의 최고 하이라이트.. 강의와 참선이 있었습니다. 강의는 일명, 별명이 도올이라고 말씀하시는 지우(?)스님의 재치와 유머로 진행되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스님을 두번 죽이는 겁니다"라는 말씀은 너무나 웃겨서 지금도 히죽히죽 웃게 됩니다. 그리고, 30년동안 참선하신 지수스님.. 처음과 끝이 항상 일정한 톤으로 말씀하시는 그 분의 말씀에 인생의 철학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심(恒心) 처음과 끝이 항상 같으며 흩뜨려짐 없이 선을 행하시는 스님의 자세는 본 받아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죄송하게 잠이 조금(?) 왔습니다. 11시까지 참선후.. #### 둘째 날 #### 새벽 4시에 새벽 예불을 했습니다. 전, 새벽 예불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예불이 끝날 때 쯤에 동이 트면, 절 문틈으로 햇빛이 조금씩 들어오고 그 빛으로 절안이 환해지는 그런.. 느낌.. 그리고, 절 밖에 새벽 아지랭이들이 피어오르는 그런 느낌.. 그런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 길상사는 산 속안의 절이 아니기에, 이런 느낌은 기대하지 않았으나.. 길상사 만의 특유한 새벽 예불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저만 찾은 듯 합니다.) 예불후 108배와 1시간 정도 참선.. 물론, 어제 저녁에도 했고, 그냥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절 수이기에.. 마음 평안하게 했습니다. 절을 하고 난 뒤에 느껴지는 몸의 따뜻함과 그리고 거친 숨소리가 점점 안정되면서 조금씩 몸에 생기가 느껴지거든요. 그런 생기가 날 때, 참선을 했습니다. 그러니 새벽이었지만 잠도 오지 않고, 정신은 더 또렷이 생기는 것이 "아... 난, 108배 이후에 참선 수행을 하면 참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공양이 그 때서야 생각이 나면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그렇게 유명한 아침형 인간형 삶이 아닌가? 싶네요. ^^ 아침 공양후 또 다시 이어지는 참선.. 무엇이라고 말을 할까요?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 30분 좌선후, 3분 몸 풀고, 7분 행선... 을 반복하는 그런 행위 자체에서 놀라운 것은.. 스스로 화내고 짜증내다가도 언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다음 참선에서는 차분해지고, 망상이 나왔다가 숫자 1,2,3,.. 세고 나면 숫자세는 행위조차 잊어지고, 숨쉬는 행위조차 생각하지 않으면 숨을 쉬는 것 조차 모르는... 그런 좌선이후 3분간 몸을 풀면 얼마나 기쁜지? 아마도 모를겁니다. '큰 고통속에는 큰 기쁨이 생기고, 작은 고통속에는 작은 기쁨이 생기다'라는 지수스님의 말씀.. 아마 그 때 느꼈습니다. #### 집에 온 그날 #### 제가 없는 틈을 타서 동생 친구들과 술판을 벌린 것 같습니다.--; 방도 어지럽고, 설거지는 엉망으로 해놓고..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일단 아무런 일도 안하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데로 오랜만에 텔레비젼을 켰습니다. 한 2시간 지나니, 그 때서야 설거지도 방도 치우게 되더라구요. 아마도.. 1시간 30분 정도의 스님들과의 좌담속에... 힘들일이 있을 땐 잠시 놓고 차 한 잔 마시세요.. 라는 말씀이 아닐련지요.. 그냥, 혼자서 이것 저것 주어 들은 것 붙여 가며 제 나름데로 살아도 .. 항상 행복하고 그리고 마음 평안하면.. 제가 부처가 되는게 아닙니까? 그런 마음 평안이 깨질때 전.. 또 다른 수련회를 찾아다닐 것입니다. 물론, 가까운 길상사는 이제 자원봉사자로서 갈 생각이고요. - 自明 송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