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바른 견해를 얻고 싶거든 타인으로부터 미혹을 받지 말라. 안으로나 밖으로나 만나는 것은 모조리 죽여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아라한(성인)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여라.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이나 권속을 만나면 친척이나 권속을 죽여라. 그래야 비로소 해탈하여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으리라.' 부처를 죽이라고 하면 타종교에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화형감이고 신성모독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그것을 당연시한다. 제자가 자신의 스승을 죽여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 윤리로 보면 패륜아의 짓이다. 하지만 임제 선사는 정신적인 굴레를 벗어 던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부자유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단호히 벗어나라고 임제는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탈종교이다.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그 남는 것이 바로 진정한 종교의 세계이다. 이런 의미에서 임제는 가장 종교적인 사람이었다. 새로운 부처, 새로운 예수가 필요한 것이지 이 인류에게 똑같은 존재는 필요없다. 나를 필요로 하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고 그 공간에 살아 있기 때문에 내 자신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곳이 극락이고 천당이다. 어디서든 당당하게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 산에는 꽃이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