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보도

    • 10-03-17

    법정스님과 60년 우정 박광순 교수 (무등일보 3.12)

본문

법정스님과 60년 이상 우정 지켜왔던 전남대학교 박광순(79)명예교수


"피를 나눈 형제같은 친구"


설연휴 병문안 "면목없다" 기억 눈물



"피를 나눈 형제 같은 친구가 떠나 너무나 가슴이 아픔니다."


법정스님과 60년 이상의 우정을 지켜왔던 전남대학교 박광순(79) 명예교수는 11일 입적하신 스님에 대한 추억에 대해 "형제와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오후 법정스님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박교수가 설 연휴가 끝난 지난 2월16일 스님의 병실에 도착하자 "면목없다"는 사과를 받았다.


그는 "스님이 '면목없다'고 한 이유가 '누워 있어 찾아오도록 수고를 끼쳐 미안하다'는 의미와 지난 가을 만나기로 했었던 약속을 못지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두 의미를 함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생동안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서로를 응원하던 '지기지우'가 영원히 떠났다고 생각하니 비통하고 아쉬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정 스님과 박교수와의 인연은 1947년 목포상업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학창시절의 스님은 사찰과 자연을 좋아하는 소년이었고 글쓰기와 글읽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년'이었다.


박교수는 스님의 고등학생 시절과 출가 전후에 함께 찍은 낡은 흑백 사진첩을 펼쳐 보며 "(스님은) 학생 때부터 사찰과 자연을 좋아해 시간만 나면 절을 찾아 스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스님은 불가에 입문하지 않았으면 훌륭한 시인이나 작가로 큰 이름을 날렸을 정도로 문장이 뛰어나고 필체 또한 훌륭했다"며 "지금까지 쓴 책들이 대부분 자연을 찬미한 내용들로 목포상고 시절 바라본 세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스님의 '무소유'를 보여준 단편적인 일화도 소개했다. 지난 1985년 스님은 박교수와 함께 전남대 총장을 찾아 익명을 강력 요청하며 1천만원을 기부했다.


당시 스님은 박교수에게 "그동안 책을 써 받은 인세가 2천만원인데, 글을 쓰면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절반은 전남대가, 나머지 절반은 승가에 있어 전남대와 승가에 절반씩 기부했다"고 털어놨다.



목포상고와 대학에까지 붙어다니며 우정을 쌓던 법정스님과 박교수는 스님이 출가할 때부터는 자주 보지 못하고 편지로 우정을 이어갔다.


출가 후부터 주고받던 편지가 수백통이나 되지만 박교수는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편지들을 잃어버려 무척 아쉬워했다.


그는 "법정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쓸 때부터 입적에 대해 준비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글=선정태·사진=윤재영기자



입력시간 : 2010. 03.1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