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부산

    • 10-05-30

    무주 진안 사찰 순례기 1 - 백련사

본문

지난 5월 3일 월요일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봉사자들과 사찰순례를 떠납니다.


법정 스님과 일곱번의 이별 의식을 치루느라고


모두들 잔뜩 갈앉은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자연 속에서 하루를 상춘했습니다.






이번 여정은 무주, 진안 쪽으로 미리 정했습니다.


세 사찰 중에 제일 먼저 무주 구천동 골짜기에 위치한


백련사로 들어가기 위해 계곡을 끼고 펼쳐진


약 6.5Km의 산길을 산책하듯 걸어 들어갑니다.






우리는 상공탐방 지원센터에서부터


백련사까지를 걸어가야 합니다.


중간중간 지루하지 않게 아기자기 잘 꾸며 두긴 하였으나


자연은 그대로 두고 보는 맛이 더 좋을 듯한 마음입니다.


새벽의 기온은 후덥지근하고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으나


무주에 도착하니 햇살이 반짝 비치는 제법 초여름 기운이 돕니다.






그러나, 구천동 골짜기는 이제 막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산벚꽃이 이제야 만발해 구름 송이처럼 연분홍 꽃구름을 이루었고


나무의 여린 잎눈이 연초록 잎사귀를 밀어내기 시작했지요.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게 테마 쉼터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걷다가 힘들면 돌맹이 하나 얹고 잠시 소원을 빌고


나무 의자에 앉아 땀 식히고 가라고 마련해 둔 쉼터입니다.






여기는 이제야 연달래가 무리지어 연분홍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부산에서는 다 지나간 이른 봄을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만났습니다.


공연히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보약 한 사발을 마시며 걸어갑니다.






올봄엔 이 골짜기에도 눈이 많이 내리고


비도 많이 온 까닭에 계곡물이 풍부한 물줄기를 이루어


맑고도 깊은 에메랄드빛을 이루며 흘러갑니다.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주 구천동 33비경 중에서 제 15비경인 월하탄에서부터


제 29비경인 백련담까지를 끼고 걸었습니다.





나무들마다 탐스런 겨우살이들이 소복소복 매달려 있습니다.


국립공원 안이라 일체의 나물이며, 꽃이며, 돌맹이 하나도


가져가면 많은 벌금을 낸다고 곳곳에 경고판을 붙여 놓았습니다.





구석구석 기웃거리며 한시간 반쯤을 걸어


백련사 일주문을 들어섭니다.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는 산사에는


연등을 입구부터 걸어두고 있습니다.


<맑고 향기롭게> 부산 모임 봉사자들은 약 80명이 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고 그날은 버스 한 대 꽉 채워 떠났습니다.





맨먼저 만난 매월당 설흔 스님의 부도입니다.


'매월당'하면 흔히 생육신의 한 분이셨던 '김시습'을 떠올리지만


김시습은 말년에 승려가 되어 각처의 사찰을 두루 떠돌다가


부여의 무량사에서 타계하였으며, 무주 부근에서는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당호가 같은 설흔 스님의 부도로 전합니다.





사천왕문에서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108계단을 올라서면 마침내 대웅전에 도착합니다.


모두들 대웅전 참배를 하고 구천동 골짜기에 이토록 말쑥하게 잘 닦아놓은 사찰을


구석구석 참배도 하고 구경도 하며 다닙니다.


원래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 때 창건하였다하니, 근원은 고찰입니다만


전쟁 후에 거의 불타고 없어진 것을 재건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신라 때부터 구천동 골짜기에는 14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다 사라지고 백련사 하나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대웅전 우측에 위치한 석간수입니다.


모두들 숨을 몰아쉬며 올라와서 입안이 얼듯한 석간수 한 바가지씩 마시고는


탄성을 지릅니다. 정말로 시원하고 맛이 일품입니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니 손목이 잘려 나갈 듯 시립니다.


단번에 얼굴에 땀기운이 사라져 버립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삼신각에서 내려다 본 백련사의 정경입니다.


깔끔하게 잘 다듬어 놓았습니다만, 어딘지 구천동 골짜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으로 잠시 낯선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사람의 힘이나, 기계의 힘으로 지나치게 잘 다듬어 놓은 것들은


오히려 자연 속에서는 거북한 느낌을 불러 일으킵니다.





예전에 길이 포장되기 전, 그리고 자동차가 다닐만큼 폭이 넓지도 않았던 시절,


마차로 노보살님들을 태워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 오랜 세월도 아니건만, 마치 꿈 속의 세월인 듯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왕복 세 시간 반이 소요된 길을 돌아나오니, 포장된 도로를 계속 걸어선지


겨우 13Km 걸어나온 발에 물집이 잡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