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生에서도 한국언론 지켜주실것” 법정스님 추모 메시지
‘무소유(無所有)’의 법정(사진) 스님이 28일 화정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발인에 즈음해 그의 별세를 애도하는 추모의 메시지를 전해 왔다.
동안거 기간 강원도 산중에서 외부와 접촉을 일절 끊고 수행 정진 후 은거 중인 스님은 이날 기자와 20여 분간 통화하고 조문과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스님은 “고인과는 생시에 여러 차례 교유(交遊)가 있었는데 금생(今生)에 못 이루신 일들이 있다면 이 다음 세상에서라도 반드시 이루시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도했다.
법정 스님은 또 “살아 계실 때 언론 창달을 위해 애써 주셨던 것처럼 돌아가셔서도 끊임없이 한국 언론을 지켜 주시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스님은 김대중 정권 때인 2001년 동아일보가 정권의 탄압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이로 인해 김 전 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됐을 때, 1시간 넘게 특별면회를 해 위로하기도 했다. 그 후 김 전 회장은 법정 스님이 회주로 있는 서울 성북동 길상사를 방문해 법정 스님과 점심 공양을 함께 하며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에서 뵈었을 때 김 회장은 ‘정말 이 다음 생(生)이 있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면서 “우리 육신은 유기체여서 생(生)도 있고 사(死)도 있지만 영혼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다음 세상이 존재한다. 이 몸 안에 영혼이 깃드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이 몸을 거느리기 때문에 돌아가신 다음 어디에선가 또 다른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으시라고 했더니 김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신 일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 난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19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사태 당시 자신의 이름으로 격려 광고를 내고 수시로 비판적인 글을 기고했다. 또 1993년 4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5년 7개월 동안 동아일보에 매월 1회씩 ‘산에는 꽃이 피네’를 연재하는 등 동아일보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었다.
법정 스님은 “동아일보가 많은 수난을 겪는 동안 외부의 압력을 앞장서 막아낸 김 회장이 작고하셨으나 ‘민족주의’ ‘민주주의’ ‘문화주의’의 창간 사시(社是)를 좇아 언론 창달을 위해 꿋꿋하게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법정 스님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항간의 염려와 관련해 “그동안 건강이 많이 좋아져 3월 중 길상사에 나갈 예정이며 4월 봄 정기 법회에서 법문도 할 것”이라며 “그동안 직간접으로 저의 건강을 염려해 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덧붙였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