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 논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 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본 법인을 이끌어 주시던 법정 스님께서 남기신 마지막 말씀입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스님께서는 40여 권의 저서에 대한 저작권을 비롯한 일체의 것을 본 법인으로 상속하셨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정식으로 본 법인으로 전달된 것은 지난 3월 17일(수)의 일입니다.
2010년 3월 11일 오후 3시경 스님의 원적 소식과 함께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모든 유품과 40여 권 저서에 대한 저작권이 본 법인으로 상속됨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초재일 때 유언장 공개로 공식 확인하였습니다.
당초 본 법인에서는 법정 스님의 입적으로 발생한 ‘이사장 궐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이사회를 지난 3월 17일 긴급 소집하였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유지를 유언 집행인인 ‘김금선 거사’로부터 공식 전달 받고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을 최우선적으로 할 것과 2008년 2월 상반기 정기 이사회 이후 병환이 깊어지면서 이사장 법정 스님께서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하셨던 덕현 스님(길상사 주지, 이사) 체제를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공석인 이사 선임은 4월 28일(49재일) 이후 한다는 결의를 하였습니다.
이사회의 이같은 결의에 따라 3월 17일 이후 4월 26일 현재까지 모두 4차례의 이사회(3월 20일, 24일, 31일, 4월 8일)가 잇따라 열렸고 스님의 저서 절판 유지를 받들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정 스님 유지 봉행 소위원회’를 구성, 스님의 저서를 출간 중인 각 출판사와의 원만한 저서 절판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하도록 위임받았습니다. 소위원에는 윤청광 이사, 김형균 이사, 선병주 감사 그리고 김자 경 사무국장이 선임되었습니다. 소위원회에서는 각 출판사를 직접 방문, 각각의 입장을 확인하였는 가하면 7 차례 이상 소모임을 갖고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한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 3월 30일자로 각 출판사들과 스님의 저서 절판을 위한 합의를 다음과 같이 하였습니다.
첫째, 스님의 49재일인 4월 28일까지만 (사)맑고 향기롭게는 새로운 인지를 발급한다.
둘째, 모든 출판사는 2010년 7월30일까지만 해당 도서를 서점에 보급 판매를 하고 8월 1일부터는 일체 도서의 수주 및 출고 행위를 할 수 없다.
셋째, 모든 서점(인터넷 서점 포함)에서는 2010년 12월 31일까지만 판매를 할 수 있으며, 출판사는 해당 도서의 판매 중지 및 반품을 요구하여 2011년 1월 1일 이후에는 일체의 유통 판매를 중지한다.
넷째, (사) 맑고 향기롭게는 각각의 계약에 의거, 각 출판사가 보유한 저서의 잔존한 계약기간과 향후의 절판 기간을 합한 기간에는 어떠한 형태의 출판이나 인터넷에 의한 저서의 보급을 할 수 없다.
정상적인 출판 계약을 맺어 출판권을 가지는 출판사들로써는 사실 이같은 절판 합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스님의 유지를 받들 것임을 천명하였는 가하면 각 출판사마다 입장이 다 다름에도, 난상토론을 통해 절판에 합의해 준 여러 출판사에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어이없고 기막힌 일은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와중에 스님의 글을 기술적으로 엮어내고 묶어내 마치 스님과 유관한 책인양 잘 포장해낸 책들이 하나 둘씩 발간되고 있고 이것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스님의 글은 <법문>입니다. 어느 날, 어느 때, 어느 법당에서 그 자리에 모인 대중들에게만 설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원고지 한 칸 한 칸을 법당 삼아 솔향 가득한 법문으로 메우시어 이 시대를 함께 사는 대중들에게, 회원과 신도들에게 일러주신 무소유와 맑은 가난,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맑고 향기롭게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런 글을 어찌 이렇게 탐욕적으로, 상업화할 수 있는지 그저 놀랄 뿐입니다.
하여 본 법인 이사회에서는 ‘법정 스님 유지 봉행 소위원회’를 계속 가동, 무단으로 스님의 이름을 내걸고 급조되어 출간되고 있는 책들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토, 대응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울러 이사회에서는 49재 이후 이사회를 다시 열어 새 이사 선임(부득이한 사정으로 변택주 이사가 사임하여 현재 공석은 이사 2인임)과 이사장 선출로 내적인 재정비를 꾀하는 한편 스님의 저서 절판에 따라 한시적으로 본 법인으로 귀속될 인세의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대내외에 밝힘은 물론 맑고 향기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써달라는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그 사용처를 정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기로 하였음을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