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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20-03-10

    [국제신문] 법정스님 10주기 추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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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10주기…무소유의 삶 되새기다

맑고향기롭게 부산모임 추모회…경선스님·조계종 불자 등 참석

국제신문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입력 : 2020-02-19 19:06:24 |  본지 20면


- 스님의 유지 따라 간소한 봉행

- 박수관 “희망주던 당신 계셨으면”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며 세상을 위로하던 법정스님 10주기 추모회가 ‘맑고향기롭게 부산모임’(회장 박수관) 주관으로 19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맑고향기롭게 서면 사무국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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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 서면사무국에서 열린 법정스님 10주기 추모회에서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이 헌화 후 합장을 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이번 추모회에는 성주사 흥교스님과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과 맑고향기롭게 운영위원, 자원봉사자,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 조계종 부산불자회, 불교 지도자포럼 회원 등 종교인은 물론 법정스님을 기억하는 시민이 다수 참석했다.


추모회는 예불을 시작으로 헌화, 법정스님의 유언과 마지막 법문 등 생전 모습을 답은 추모 영상 상영,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과 경선스님의 추도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법정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10주기도 간소하게 봉행됐다.


법정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화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추도사에서 “스님은 꽃과 나무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좋은 말씀과 글을 많이 남기셨다”며 “사회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렵다. 희망과 용기의 말씀을 주실 수 있는 법정스님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떠올렸다. 이어 “스님 입적 전날 밤 너무 몸이 아파 잠을 못 이뤘다. 당시 스님과 같은 고통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훌륭한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추모회에 찾아와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선스님은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2개월 동안 받은 적이 있다. 일생을 어떻게 사는 게 진정 행복하고 바르게 사는 법인가에 대해 말씀하셨다”며 “기일을 맞아 그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전 ‘청빈의 도’ ‘맑고 향기로운 삶’을 몸소 실천했던 법정스님은 2010년 3월 11일(음력 1월 26일) 법랍 55년, 세수 78세로 입적했다. 1932년 10월 전남 해남에서 출생, 1956년 경남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선사를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1959년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스님은 ‘무소유의 지혜’로 잘 알려졌지만, 1971년 함석헌·장준하 등과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975년 젊은 목숨을 앗아간 ‘제2 인혁당 사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같은 해 10월 전남 순천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명상하며 홀로 수행했다. 박 회장과의 인연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법정스님은 수필가로도 유명하다. 1972년 첫 에세이집 ‘영혼의 모음’을 시작으로 ‘무소유’ 등 30여 권의 책을 펴냈다. 맑고향기롭게는 그의 유언으로 출간이 중단된 그의 저서를 입적 10주기를 맞아 전자책으로 제작, 이르면 오는 4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추모회를 주관한 맑고향기롭게는 1993년 8월 법정스님의 발의로 박 회장을 비롯해 방송작가 윤청광, 방송인 이계진, 동화작가 정채봉, 조선대 고현 교수, 출판인 김형균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일 등 구체적인 실천행을 도모하여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자는 취지였다.


현재 부산은 물론 서울·대구·광주·창원·대전 등지로도 확산돼 1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법정스님의 유지를 실천하며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가정 등과 세대 결연을 하고 생계비·의료비·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