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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06-01-13

    2006년 1월-<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본문

저희 부산모임에서는 1월 독서모임을 5일(목), 오후 2시 사무국에서 가졌습니다.

김순덕 회원님 1분과 사무국 간사가 함께 가진 단촐한 모임에서 나눈 소감과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 더 많은 회원님들의 동참 기대합니다.


김순덕 회원님 소감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유럽여행을 하고 싶다는 나의 생각이 더욱 선명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지구본을 돌려가면 책에 소개된 많은 나라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오래전에 고장나서 방치해 두고 있던 LP플레이어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동안 묻어두었던여러가지 생각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각인되는 것 같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성전스님의 '행복한 미소'란 불교방송에서 최근에 많이 들은 곡이다. 내가 가장 많이 애창하는 방송 중의 하나다. 음악은 좋아해도 그 곡을 누가 작곡했으며 제목이 무엇이며..등을 고려하지 않는 나에게 익은 곡명을 접하고 반가웠다.(80면을 읽으며)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이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굴드의 공적이라는 글에서 남편과 몇 년동안 알고 지내는 캐나다 친구가 생각났고 그를 만나면 굴드에 대해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 중에 캐나다인이 드문데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98면을 읽으며)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의 아디지오를 들으면 인간이란 극한 상황이나 가장 비참한 경우에도 사랑을 할 줄 아는 존재라는 것이 절절하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내일 죽게 되더라도 오늘의 존재 이유는 바로 사랑일 것이다. 목숨을 걸고 서로를 원하는 두 무용수-아니 두 노예-는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 위에서 '시간이여, 이 순간을 멈추어라!'며 온몸으로 절규한다. 과연 인생은 사랑만을 하기에도 너무 짧은 것이다.(166면을 읽으며)


-슈베르트는 진정으로 피아노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최고의 피아노곡 소나타 제 21번을 남겼다. 자신과의 위대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210면을 읽으며)


-우리를 더욱 감동시키는 것은 그래도 세상을 껴안으려는 크바스토프의 따뜻한 가슴이다. 너무나 불행한 육신을 짊어진 그의 겨울여행은 얼마나 추울까(252면을 읽으며)


-핀란드가 독립했을 때 가장 먼저 추앙받았던 예술가가 바로 시벨리우스였다. 정부는 숲으로 둘러싸인 예르벤페에 그의 거처가 될 아이누라를 지어주고 평생동안 다른 걱정없이 작곡에만 전념하도록 해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곳 반경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지 못하도록 시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로버트 김이 떠올랐다. 미국의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오랜시간 감옥살이를 한 그의 처치와 시벨리우스의 정부로부터의 환대가 너무 대조적이다.(289면을 읽으며)



강희정 간사 소감


클래식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상식도, 관심도 없던 내가 숙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쳤지만 책장을 넘기기가 참 힘들었다. 그러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 책이 단순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라 음악가의 삶과 음악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클래식 음악이 친근하고도 가깝게 느껴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실재 소개된 음악들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것이었는데 이후에 또 하나의 숙제가 남은 듯 하다. 하기 싫어서 미루어두는 숙제가 아니라 흥미를 가지고 하고 싶어지는 숙제...다음에 만나게 될 책은 또 어떤 숙제를 남길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윤정 과장 소감


책을 사 들고 겉장에서부터 내 시선은 한참 머물러 있었다. '풍월당 주인'이라는 작가를 소개하는 구절에서부터 생각은 흘렀다.

레코드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지으시다니 낭만적인 분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서양 클래식 음반 전문가게를 내신 분이 이런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이름을 내세우셨다는 점에서 깊은 신뢰와 호감이 갔다. 그리고 정장을 제대로 차려입으시고 피아노와 고급스러운 음향시설(?)을 배경으로 앉아계신 인상좋으신 풍월당 주인장의 표지사진 자체가 '클래식'에 대한 느낌을 온전히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한 장 넘겨 작가의 이력을 소개하는 란에서 또 다시 시선이 머문다.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셨던 분이 의학서적이 아닌 음악서적을 내셨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경의롭다. 30여년의 음악편력기를 적었을 뿐이라는 머릿글 또한..무언가 하나에 30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은 애정을 담아왔다는 것..박종호님의 음악이야기에 푹 빠져 책장을 넘기면서 이야기에 젖어 울다가 웃다가 고개를 주억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비단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유럽과 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상식과 여행, 인간과 예술, 삶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묻어나는 마지막 구절들은 한 편의 시에 다름 아니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 클래식 음반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설명이 곁들어져 있는 점이 무척 맘에 들었다. 꼭 구입해서 들어봐야지,,하고 마음 먹었던 곡의 음반을 구입하기에 좋은 지침서가 되겠기에..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는 만큼 알게된다는 것을 박종호님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내가 작가분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것에 대해 그토록 깊고 넓은 이해를 갖게 될까. 교양서적이건 전문서적이건 미술과 사진, 예술사에 대한 책은 조금 접해보았으나 음악서적은 이 책이 솔직히 처음이다. 그 첫 만남이 아주 따뜻하고 인상적이어서 좋았다.

어른스님께서 내주신 숙제가 아주 숙제다운 숙제이었다고 여긴다. 숙제가 아니었던들 문화, 예술에 있어 문외한과 다름없는 내가 스스로 이 책을 골라들었을 확률이 얼마였겠는가. 귀한 책과의 만남, 그 인연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