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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08-04-05

    2008년 2월-<마음경영>

본문

2월의 독서모임은 가와이 하야오 교수의 <마음 경영>을 읽고 함께 모였습니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읽은 후 각자의 추천시 한 편씩을 찾아서 소개하는 숙제를 나누어가졌습니다.


-<마음 경영> 후기-


유재경 회원님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데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문제이다. 물질만능시대에 더욱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기에 제목부터 마음에 와 닿았다. 나열되어 있는 소제목들도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체계적인 게 벌써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저자가 말했듯이) 심리학이란 정답을 찾기가 어려운 지 두 개의 답을 내놓고 독자에게 선택을 바라는 대목이 많은가 하면 저자 자신도 결론을 내지 못해 자신감 없는 결론을 내는 부분이 많았다.


'하고 싶은 일은 우선하고 본다'(73쪽)나 '모든 일이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134쪽)라는 부분은 핵심이 무엇인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그런가 하면 책 전체 내용은 저자가 한국인이라고 해도 좋은만큼 우리 실정과 비슷해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신경질은 시야가 부족한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53쪽), '마음 속의 새로운 광맥을 찾아내자'(181쪽), '운명이라는 악보가 주어졌다 해도 연주하기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212쪽)는 내용들은 머리에 새겨 넣을만 했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경영, 마음의 질의 향상 등 마음공부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불자들도 절에 가서 법문을 들을 때는 새겨 있다가 절문을 나서면서 보이는 물질세계에 벌써 빠져들지 않는가. 나 자신, 가족, 주위를 위해서도 마음에 깊이 새겨두고 마음공부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김순덕 회원님


마음공부를 한다지만 오롯이 여기에 집중하지도 못하면서 마음이 들어가는 글귀나 말만 들어도 귀가 쫑긋거리는 요즈음 2월의 책 <마음경영>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심리치료사 가와이 하야오가 내놓는 마음의 처방전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식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금 같이 읽고 있는 기 코르노의 <마음의 치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두 제자가 모두 심리치료사로서 융 연구소에서 공부했다는 점도 같지만 두 책에서 내가 느끼는 마음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러나 마지막 단락인 새로운 마음을 찾기 위한 처방전에서 '선행은 남이 모르게 조심스럽게 행해야 한다'는 내용은 지금 내가 행하고 있는 자원봉사의 길을 차분히 점검해 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강희정 간사


책 제목과 표지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어떻게 잘 한번 다스려 볼까. 그리고 항상 갈등하는 문제 49 대 51.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처방전.


이 책만 잘 읽으면 나도 어쩔 수 없었던 내 마음 잘 다스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 또한 컸다. 책을 읽어 가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나의 이야기 같아서 그래 이건 내 이야기인데 싶어 자세히 읽으면서 결론을 기다렸는데 결론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이야 라는 의문만 잔뜩 남았다. 결국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의문만 쌓였다. 자기 자신을 죽이는 삶의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죽인 부분이 반쯤 살아서 신음소리를 내며 주위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또는 뜻밖에 살아나서 타인을 죽이려고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자신을 멋지게 죽이고, 그것이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는 것을 명확히 안다면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저자가 말하는 정말 멋진 일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정말 어떻게가 필요하다.


김윤정 과장


마음이 경영되어질까. 아니 어쩌면 마음이야말로 경영되어야 하는 것일까. 마음 경영이라는 제목을 받으면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번역 이전의 원제목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자의 처방전 중에서 나를 위한 맞춤 처방은 '신경질은 시야가 부족한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진지함도 적당해야 한다', ' 열정이 식은 후 처음부터 다시 관계를 깊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세 가지이다. 그리고 맞춤처방은 아니지만 공감형성을 통한 위안이랄까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부분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였다.


마음경영을 덮으면서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중용의 도를 추구하는 것 같고, 의아한 시선으로 보면 결론이 모호한 면이 많았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상담'을 책 전반의 주된 테마로 하였으니 상담자의 사적 정보가 보장되는 한에서 실례가 좀 더 가미되었으면 흥미유발이나 집중도를 높이는데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 부산모임 운영위원이자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최선화 교수님의 <복지바구니에 담긴 꿈과 희망>은 비슷한 유형의 책이면서도 감동이 보다 더 짙은 책이어서 소개하는 바이다.


어찌되었거나 저자의 삶에 대한 자세라고 할까 혹은 책 속에 담아내고 싶은 말은 책 내용 속에 담겨있는 '인생 속에는 언뜻 보면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공존하고 뒷받침하고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눈으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라보면 필사적으로 배제하려던 것에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그런 발견에 의해 삶의 깊이가 깊어질 것이다.'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가자 각자의 추천시-


유재경 회원님 추천시(1)


<그 네>


김 말 봉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 사위인 금수현 작곡가가 곡을 붙여 가곡으로 애창되는 시조 '그네'를 아끼시는 회원님은 이 시가 불교적인 색채와 해석도 가능한 것 같은 아름다운 시라고 소개하셨습니다. 가곡 '그네'를 자꾸 흥얼거리게 되는 시였습니다.


유재경 회원님 추천시(2)


<커피 五感>


-시댁 일기-


소 영 희


설설 끓는 커피물 소릴 듣는다


그 날의 소리도 저러했을까


겨울 난리 남녁행 열차


온 식구 간힘으로 떠밀어 넣고


한 발로 문간에 매달리시던


시고모님의 손목힘 스스르 풀려


비명은 기적 속에 묻혀 버렸다


동천에 흩뿌려진 메아리


키피물 끓는 소리로 환생하더니


고막 한가운데로 질주해 온다


갈색의 커피를 들여다본다


그 빛깔 유월 장마 붉덩물 되어


시할머님 휩싸안고 엔굽이친다


한마을 아홉 장정 징용 갔다가


여덟은 꿈만같이 돌아왔단다


그들이 메고 온 흰 상자 속엔


말없는 손톱과 발톱만 누워 있었다


실성하신 시할머님 큰물 나던 날


아들 찾아 물 속으로 뛰어드셨다


그 날의 황토색 붉덩물이여


커피빛 이보다도 더 진했을까


한 모금 커피를 음미해 본다


시누이 한 생애가 우러나온다


해마다 싸고 푼 이삿짐이여


난전의 단속반원 숨바꼭질아


씁쓰레한 맛 떨떠름한 맛


앙가슴에 앙금되더니


청상 설움 안추르며 키운 유복자


지난해 사각모를 씌우던 그 날,


쓰고도 떫은 맛도 있음을 아셔


달보드레한 맛도 있음을 아셔


커피잔 그득히 눈물 쏟으신


시누이의 커피맛은 인생맛일까


따스한 커피잔을 만지노라면


시아버님 참사랑이 전해져 온다


시누이, 시어머님 돌개바람에


방향 잃은 내 덩굴손 허공에 뜰 때,


헛기침 한 번으로 바람을 잠 재우시며


당신은 며느리의 섶이 되셨다


쉰이란 짧은 생애 마침표하시던 날


에워싼 일가친척 제쳐 두시고


만삭의 나만을 끄당기시며


열 석 달 풋된 병구완을 감사하셨다


눈 가득 눈물을 쏟으시면서


손자놈 못 보심도 탄식하셨다


슬며시 지전 뭉치 쥐어 주시며


손자놈 돌상에 놓으라시더니


떨리는 내 손을 잡으신 채로


따스하신 체온은 식어만 갔다


시아버님 따스한 정 오늘에 살아


커피잔에 온기로 서리어 있다


만생종 볍씨 뿌려 소출 보듯이


만혼의 시아주버님 자식 두셨다


늦동이의


땀내며 지린내며 구린내조차


커피 내음보다 훈감하시단다


자식놈 살냄새 맡고 맡으면


아득한 핏줄 냄새 풍기어 오신단다


에티오피아 구릉의 커피꽃 향기도


콜롬비아산 짙은 맛 커피 향기도


이즈음


아기의 살냄새로 되살아난단다


생명의 향기로 되살아난단다


※ 동서문학상 동상 수상작이라는 이 작품은 대상작이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느낄 만큼 수작이라고 회원님께서 소개하셨습니다. 함께 읽는 동안 눈 앞에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영상들이 스쳐가면서 코끝이 시려왔습니다.


김순덕 회원님 추천시


<청 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인생이라는 깊은 샘의 신선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는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이 주름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되버린다


6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 속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있는 '무선 우체국'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격려,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


영감이 끊기고 영혼이 비난의 눈으로 덮이며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20대라도 인간은 늙지만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한비야씨의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다가 만난 이 시가 당시 회원님 마음에 크게 와 닿았노라고 소개하셨습니다. 김순덕 회원님의 삶의 자세와 아주 닮은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희정 간사 추천시


<별헤는 밤>


윤 동 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하나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소개한 시 자체보다는 윤동주 시인이 좋아서, 시인의 시 작품들을 좋아한다기보다 시인이 너무 잘생겨서 좋다는 솔직하고 귀여운 강희정 간사의 추천시입니다.


김윤정 과장 추천시(1)


<민 들 레>


류 시 화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詩集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사소한 것에도 눈물이 많던, 아름다운 싯구를 빚어내는 시인들을 질투하고 부러워하던 날에 사랑한 시를 추천합니다.


김윤정 과장 추천시(2)


사 랑 법


강 은 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詩集 <그대는 깊디깊은 강>


※ '그 곳에서 그렇게 살아가기', '한 걸음 물러나서 관조하기'와 닮은 꼴의 가르침을 준 시였구나 하는 생각을 시를 추천하면서 새삼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