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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08-05-29

    2008년 5월-<변산공동체학교>

본문

이 달 5월에는 23일 오후 4시 부산모임 사무국에서 윤구병, 김미선의 <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읽고 유재경, 김순덕 회원님과 함께 만났습니다.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신입직원 김은희님도 함께 자리하였고, <변산공동체 학교>와 더불어 읽었던 책은 이왕주 교수의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 기억에 남는 영화, 추천하고 싶은 영화를 한 편씩 소개하기로 했는데, 유재경 회원님은 '서편제',와 '패왕별희'를, 김순덕 회원님은 '실미도'를 강희정 간사는 '씨네마 천국'을, 김은희님은 '영매'를 저는 '콘텍트'를 추천하였습니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읽은 후기를 정리하여 담습니다.




유재경 회원


우선,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근대적 제도교육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판단 하에 대안학교(공동체학교)를 설립한 윤구병 선생의 용기와 철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변산공동체학교의 교육 목표는 '스스로 앞가림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요, 함께 어울려 사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삶터=배움터=놀이터'라는 공동체의식과 교육은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무상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을 놀이터, 배움터로 삼아 농사, 천연연색, 벽돌찍기, 풍물 등 제도권 교육에서는 접할 수 없는 특활교육을 많이 한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평소 내가 생각해온 작은 선생 교육방법이다. 열정과 능력이 다른 수 십 명의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획일적인 목표와 교육방법, 결과를 빨리 확인하려고 하는 제도권 교육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다.


요즘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제도교육의 폐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기에 대부분이 제도교육을 따라가고 있다. 그렇다면 변산공동체학교 내지 다른 대안학교들은 이상적인가! 김미선 선생과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면 아이들의 답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최소한 대안학교는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으며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해 주려는 노력이 보인다.


제도권 교육에서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공부를 위해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강제로 붙들어 놓는 것과 많이 차이가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이 부분은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창 공부할 시기에, 또 놓아야할 시기에 어떤 방법이 옳고 그른지 누구도 감히 말할 수 없다. 뜬금없는 시행착오를 겪어 봤지만 아직도 좋은 방안이 없다. 그러나 제도권 학교나 대안학교 가릴 것 없이 절대 포기하지 말고 연구를 해서 좋은 교육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순덕 회원


남편이 그동안 하던 일을 접고 잠시 쉬기로 결정하면서 맨 먼저 나선 곳이 경남 합천 시내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산속에서 농사지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촌 시누이 내외의 삶터였다. 그 곳은 시누부가 성년을 막 넘길 쯤 고향 부모님을 뒤로 하고 평소 당신이 생각했던 방식으로 살기위해 전국을 두루 다닌 뒤 마침내 터를 잡은 곳이었다.


처음엔, 아무도 살지 않은 곳에 길을 내고 터를 잡기까지 그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을 시누부의 강인함과, 무엇보다도 선뜻 버리지 못하고 도시 속에 갑갑하게 살아가는 우리와 다르게 자연 속의 삶을 선택한 그의 용기에 감동했었다. 그 당시 시누와의 결혼을 반대하던 작은아버님, 어머님을 비롯한 여러 친지들을 이해하면서도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의 인격이 물질에 밀리는 상황을 보면서 가슴 한편으로는 무척 안타까웠었다.


그러나 서울의 막강한 신랑후보감을 모두 거부하며 촌부의 아내로 살겠다는 시누의 의지를 꺽진 못했다. 이젠 조카 하나 두고, 너무도 행복하다는 그들의 삶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위안처가 되고 있다. 지금도 시누부는 단지 돈벌이를 위한 농사는 하지 않으며, 조카도 제도권 학교에 보내지 않을거라고 한다. 그는 현재 그곳을 찾아오는 귀농민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농사법을 가르쳐 주면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누이 내외의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들의 현명한 선택을 내 것인냥 자랑하고 싶어 서두가 길어졌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제 힘으로 살 수 있는 힘"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본문에서 거듭 되풀이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지극이 당연한 것이라, 그 누군들 모르랴. 그런데도 제도교육에 이러한 당연한 진리를 담을 수 없다면 그건 교육이 아니라 허울좋은 간판에 불과하다. 우리가, 이 사회가 아이들에게 사랑이란 위선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있는지 모두들 알아야 한다.


그것이 대안교육이든, 공동체학교건, 제도권 학교를 분골쇄신하건, 교육 입안자와 부모들, 이 사회가 다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머리가 무겁다. 참 쉬운 것을 가지고 너무 멀리 와버린 느낌이 든다. 황매산을 마음에 두고 돌아서려는 남편에게 시누부는 말했다. "형님! 모든 것 버리고 농사지으러 들어오세요."


강희정 간사


공동체에 대해서 그리고 대안학교라 것에 대한 막연한 느낌들... 왠지 좋을 것 같은 환상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예전에 가졌던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은 없어져서 좋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현재 다짐하는 한 가지는... 아이를 낳아 아이를 키울 때 흙에서 뛰어 놀며 자랄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막상 엄마가 되고 나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는 꼭 그렇게 하고 싶다.

윤구병 선생님이 말하는 교육의 목표,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르는 것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란 것이 참 와 닿았다. '맑고 향기롭게'에서 말하는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라는 것과 잘 맞는 것 같다.


김윤정 과장


공동체! 참 좋아하는 말이다. 이스라엘의 키부츠에 대한 특집 방송을 보았던 오래전 그 때부터 공동체란 단어는 나로 하여금 이상향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킨다. 틱낫한 스님의 수행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게 된 것도 수행과 공동체가 함께 붙어 있었기에 마음에 쏙 들어왔고, 이 달 독서모임 선정도서의 책 제목도 학교에 공동체가 함께 붙어 있기에 책을 읽기 앞서 이미 마음부터 흡족했다. 물론 이런 선입견도 지양해야 할 바이다.


책 한 권의 분량으로 담아내기엔 중복적인 내용들이 없지 않아 있고, 책의 앞부분에 실린 윤구병 선생의 글들은 몇 년 전 쓰여졌던 글들인 것 같았고, 다른 인쇄매체에 실리기 위해 쓰여진 원고를 다시 옮겨 담은 것 같은 김미선 선생의 글들에서 2008년 3월 최근 출간본 치고는 일기장의 뒷장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덜 채워진 듯 아쉬운 무엇인가가 잡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식없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담아낸 용기나 열린 자세가 '역시!'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주억이게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타고 나서 잘하는 아이나 노력해서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보다 공부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으려면 '머리만 잘 쓰면 잘 먹고 잘 사는 저주받은 세상에서 손발이 묶인 채 딱딱한 책걸상에 시체처럼 뻣뻣하게 앉아 있는' 바로 나 자신, 우리들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지금 바로 교육혁명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대안공간, 대안학교들이 많이 생겨나고 또 많이 사라지고 있다. '대안'이라는 단어가 이 시대에 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기까지 더 많은 대안공간과 대안학교들이 생겨나고 더 많이 실패해야만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