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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16-02-26

    아름다운 만남-네 번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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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1(일)


네 번째 만남


세 번째 만남을 이후로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했는데, 드디어 김방자 할머니와 네 번째 만남을 가졌다. 만나기 며칠 전부터 할머니 얼굴을 뵐 생각에 마음이 설레어 전화도 먼저 드려서 안부인사를 먼저 전했다. 사과며 김이며 바리바리 챙겨 들고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문도 미리 열어놓으시고 나를 기다려 주신 모습에 그 동안 나는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할머니는 내가 오기를 기대하시고 계셨구나, 라는 생각에 죄송스러웠다. 할머니는 이런 내 마음을 다 알아 보신 건지, 웃는 낯으로 왜 이렇게 뜸하게 왔냐고 말씀해주셔서 오랜만에 만나 생기는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못 본 사이, 할머니는 핸드폰을 바꾸셨다. 아직 새 핸드폰 사용법을 잘 모르셔서 나는 간단하게 알려드렸고 내 사진도 보내드렸다. 할머니와 함께 사진도 몇 장 찍고 할머니 핸드폰에 잘 저장해 두었다. 혹시나 외로우실 때면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셨으면 좋겠다.


그 다음에는 저번 만남 때 내가 숙제로 내드린 한글 연습을 잘 하셨는지 확인했다. 할머니가 배움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아시면 적적하신 삶이 조금 더 활기로 찰 것 같다는 생각에 내드린 과제였는데, 글씨 하나 하나 정성 들여 써오신 흔적에 많이 감동받았다. 할머니는 이제 구구단을 외우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똑똑해지시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그 말에 놀라자 할머니는 내가 없던 사이, 내가 내어드렸던 숙제를 하면서 배우는 게 즐거웠다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 그냥 흘러 보내던 시간이, 그냥 빨리 죽고 싶을 정도로 무의미했던 시간이 소중해지고 즐거워졌다고, 그렇게 생각을 바꿔준 게 나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가슴 속까지 깊은 감동이 울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누군가의 삶에 이렇게 좋은 영향을 줬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고 마치 기적 같았다. 할머니는 몸이 자주 편찮으셔서 하루에도 약을 수십 번 드셔야 한다. 경제적인 상황도 녹록치 않으시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없는 듯이 사는 것 보다는 죽어서 없어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는데, 배움이 즐겁다고, 다음 숙제를 내달라고, 나중엔 색종이 접기도 해보면 안되냐고 수줍게 제안하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스러웠고 사랑스러우셨다. 그리고 감사했다. 나를 많이 믿어주시고 계시구나,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함께 덧셈, 뺄셈, 그리고 구구단 연습을 했고, 다음 만남에서 같이 구구단 게임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할머니 인생에서 내가 조금이나마 빛이 되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