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방자 할머니와 세번째 만남을 가졌다. 날씨가 선선하면서도 가을볕이 좋아서 할머니랑 산책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할머니 몸이 편찮으셔서 다음번으로 미루었다.
이번 만남 전에는 내가 미리 준비한게 조금 많았다. 태블릿pc도 챙겨가고, 할머니 글공부 공책도 예쁘게 만들어가고, 펜도 준비해가고, <우동한그릇>이라는 책도 가져가고, 젤리랑 자두도 가져갔다. 일부러 뭘 많이 챙기려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달에 한번씩밖에 못 찾아 뵙는데 할머니가 생각보다 나에게 많이 의지 해주시는 것 같아 그 때문에 손이 분주했던 것 같다.
저번 만남 때 할머니로부터 받아온 CD의 다큐멘터리는 결국 usb로 옮기지 못했다. 몇시간동안 끙끙 대면서 옮겨볼려고 노력은 했지만 너무 복잡해서 그냥 태블릿 pc로 할머니랑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출연하신 분량만 찍어갔다. 할머니는 기다리셨다는 듯이 영상을 보셨고, 웃으시면서도 우셨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셨을 때를 회상하시며 후회하시기도 하셨고 마음아파하시기도 하셨다. 할머니 핸드폰으로 다시 영상을 찍어서 저장해 드렸지만, 음질이나 화질이 좋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동영상을 몇번 본 다음에 할머니랑 같이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그러고 나선 내가 <우동 한그릇>을 읽어 드렸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듣고서 또 우셨다. 나도 사실 읽어드리면서 책의 주인공과 할머니가 자꾸 오버랩되면서 눈물이 날뻔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글씨 공부를 했다. 할머니가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하셔서 자음 체계를 다시 알려드렸다. 문장 2개와 자음체계만 같이 공부했는데도 시간이 금방 갔다. 숙제도 많이 많이 내드렸다. 할머니는 밤마다 복습하시겠다고 약속하셨고, 할머니가 조금은 더 의미있게 시간을 보내실 수 있게 되셔서 나도 기분이 뿌듯했다.
조금 걱정이 되는건 다음 주 화요일에 병원에서 할머니가 검사를 받으시고, 다음달부터 입원하시는 것이다. 물론 혼자서도 잘하시겠지만 그래도 몸도 좋지 않으신지라 걱정이 앞선다. 옆에서 친절하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다음번 만남은 병원에서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