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7일 토요일 오후 4시 맑고 향기롭게 2030 청년들의 문화프로그램 푸른모임을 가졌습니다. 성균관대학교 근처에 자리한 ‘아트씨어터 문’에서 안톤 체홉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벚꽃동산을 관람하였습니다. 벚꽃동산의 시대적 배경은 농도해방을 맞은 19세기 러시아입니다. 라네쁘스까야 부인은 5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딸들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벚꽃동산으로 돌아옵니다. 씀씀이가 큰 부인 때문에 벚꽃동산은 경매 위기에 놓이게 되었기에 기쁜 귀환은 아니었지요. 경매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농노 출신 신흥사업가인 로빠힌뿐입니다. 그는 이 벚꽃동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별장으로 만들어 분양을 하면 경매를 막을 수 있다고 부인에게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부인과 그의 오빠 가예프는 벚꽃동산에 많은 추억이 있어 자신의 땅이 경매 위기에 빠진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하려고 합니다.
결국 벚꽃동산은 팔리게 되는데 바로 새 주인은 로빠힌입니다. 로빠힌은 스스로를 배운 것이 없는 무식쟁이라 칭합니다. 책 한권을 읽을 줄도 글씨도 제대로 쓸 줄도 모른다고 한탄을 하지요. 그러나 그는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마는 성실함과 집중력으로 대대로 귀족들 밑에서 일만 하던 비천한 신분을 딛고 일어서 귀족들이나 소유했던 대저택과 영지를 소유하게 됩니다. “내가 샀습니다.” 라네쁘스까야 부인과 그 일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로빠힌은 외칩니다. 신분제의 굴레를 벗어난 사람의 당당한 자기 선언이지요. 이와 상반되게 일가족의 충격과 고통은 이루 말할 길이 없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처럼 신분제 사회가 무너지고 일어나는 계층이동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현미경에 표본을 올려놓고 관찰하는 과학자의 그것처럼 섬세합니다. 체홉이 한때 의학도였다는 사실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공연이 끝나고 멤버들과 식사를 하였지요. 푸른모임에서는 좋은 공연만이 아니라 맛집 순례도 하는 중입니다. 장인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맛보는 것은 인생의 큰 즐거움입니다. 이번달에 찾은 맛집은 성대 앞의 민속손칼국수 집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보여주는 구식 간판과 인테리어가 사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었지요. 손으로 반죽하여 뽑아낸 면과 시원한 국물의 칼국수는 일품이었습니다. 성북동의 말바위에서 혜화문까지 한양도성길을 걷기도 하였습니다. 수 백 년 전의 한양의 옛 모습을 상상하며 걸었는데 성북동의 야경과 어울어져 멋스럽더군요. 6월 모임은 잘 보고 걷고 먹으며 끝이 났습니다.^^ 7월 모임은 11일 토요일 오후에 가질 예정입니다. 2030 청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