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승가원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평소에는 한 달에 두 번 요가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오늘은
홍릉 수목원 다녀왔습니다. 1년에 두 번 하는 야외나들이 중 봄 소풍인 셈이였지요.
집결장소인 승가원 2층 강당으로 올라가기 전에 마당을 여유롭게 거닐었습니다.
도중에 몇 분의 사회복지사분들의 반가운 인사를 받았지요.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어색함 없이 안부를 묻는 것이 자연스러워보였습니다.
짙은 초록빛을 품어내는 나무와 풀들 그리고 도심에서는 처음 보는 꿀벌을 보니
기분 좋은 여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9시가 지나자 자원 활동 친구들이 하나 둘 나타났습니다.
잠에서 덜 깬 듯한 모습이 마냥 예쁘게만 보였지요.
황순재 부장님의 공지사항이 전해지고 송서현 복지사 선생님의 하루 일정이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홍릉수목원으로의 봄나들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1층으로 내려가 나들이를 갈 승가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자원 활동 친구들이 한명씩 짝이 되어 주었지요.
아무런 어색함 없이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불편함의 정도가 큰 친구들은 휠체어에 몸을 실었습니다.
우리친구들은 휠체어가 승가원 친구들의 몸인 것처럼 조심조심 다루었지요.
승가원에서 수목원까지 1.5킬로의 거리를 40분 넘게 걸었습니다.
중간에 쉬기도 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지요.
건강한 성인은 20분 정도면 충분했겠지만 우리들에게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평소 무심코 걸었던 길이 얼마나 거칠고 위험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곳곳이 패어 있고 경사가 제각각이라 걸을 수 있는 친구들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휠체어를 탄 친구들은 자원 활동 친구들이 없었다면 도저히 혼자서는 이동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청색 신호등이 적색으로 너무 빨리 바뀌었습니다.
노약자분들은 물론이고 건강한 사람도 서둘러야 할 정도였지요.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를 위하는 교통정책으로 바뀔 때도 되었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홍릉수목원에 도착했습니다. 모두가 깊은 숲에 들어온 듯 깊게 숨을 쉬고 마시며 점차 느긋하고 여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만질 듯 솟아오른 침엽수림을 지나 수목원 안으로 들어갔지요.
휴식시간을 맞았습니다. 환희는 하늘을 바라보며 서툰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져 나무를 찍었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 할 수 있었지요. 수민이는 그 동안 배웠다는 방송 댄스를 잠깐 선보였습니다. 음악소리가 컸으면 더 멋진 춤 솜씨를 선보였을 텐데 아쉽기만 했지요.
김영신 요가선생님과 짝이 된 장수는 형으로서 늘 뒤에서 어린 친구들을 보살폈지요. 이번 나들이에서 가장 몸이 불편하고 말썽꾸러기였던 세형이가 이때만큼은 조용했습니다. 수목원까지 오는데 재정이와 대학생 자원 활동 친구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 두 분도 세형이 하나를 위해서 과자를 주면서 달래고 혼도 내면서 갖은 애를 다 쓰셨습니다. 한 아이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집중해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생명은 그 자체가 존귀한 목적입니다.
어떤 생명이 다른 생명보다 더 귀하거나 덜 귀한 게 아니겠지요.
잘 뻗은 아름드리나무만이 아니라 연약하게 흔들거리는 풀들도 모두 소중합니다.
홍릉수목원을 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은 다양한 생명들이 어울릴 때 아름답고 건강한 숲이 된다는 것을요.
우리사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맑고 향기로운 모습을 보여 준 자원 활동 친구들 반갑고 고맙습니다.
끝으로 요가자원활동이 시작된 다음해부터 지금까지
7년간 꾸준한 사랑으로 아이들과 함께 해주고 계신 김영신 요가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