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세상

    • 14-04-03

    아름다운 마무리, 이석연 어르신

본문

0f5dc0cdcc4a26f261cb58823c42fbe1_1670235259_3963.JPG
0f5dc0cdcc4a26f261cb58823c42fbe1_1670235260_9222.JPG
0f5dc0cdcc4a26f261cb58823c42fbe1_1670235262_6683.JPG
 

나눔의 기부문화 캠페인


아름다운 마무리


4월의 결연 대상자 - 이석연 어르신


어느 동네를 가든지 폐지를 수집하고 있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무겁게 구르마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시간 많은 노인들의 여가 생활로서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떤 어르신들은 궁핍하지 않아도 평생을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살아온 자신의 관성에 따라 동네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폐지를 수집하고, 판매한 돈으로 막걸리 한 잔을 여유롭게 걸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올해 86세를 맞은 이석연 어르신은 한 겨울 내내 폐지를 수집하였습니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럽고 찬바람이 불어도, 미세먼지가 날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자신의 생업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 나이에 누군가는 생을 달리하고 또 누군가는 치매나 중풍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고 다부진 체구를 가진 이석연 어르신의 허리는 언제나 꼿꼿합니다.


지팡이를 짚거나 유모차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커다란 구르마를 끌고 다니는 이석연 어르신의 걸음은 사실 젊은이들보다도 빠르고 활기찹니다.


다만 추운 날씨에 매서운 바람을 많이 상대해서 얼굴이 많이 상해 있습니다. 목장갑을 벗으면 손에도 오랫동안 고생해온 흔적이 역력합니다.


어르신에게는 2명의 자식이 있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첫째 큰 딸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몸이 성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합니다.


경기도 연천에 살고 있는 아들도 교통사고를 입고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자궁암과 위암으로 투병하던 아내와는 15년 전에 사별하였습니다.


황해도 신계 출신으로 실향민인 이석연 어르신은 끝내 객지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이루어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아버지 세대처럼 자식들을 키우며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미처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혹시 자식에게 짐이 되면 어떻하나 하고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남에게 본이 되고 싶다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는 이석연 어르신은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기상합니다.


성북동 덕수교회에서 ‘하느님이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하루가 되게 해주세요’하고 매일 새벽예배를 올립니다.


어르신은 화투나 술, 싸움을 싫어해서 노인정에는 발을 들이지 않고 대신 활동적인 노인일자리에 참여해 왔습니다.


‘자신의 몸이 나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라고 알고, 어제도 오늘도 구르마를 끌면서 폐지를 주워 모으고 있습니다.


종일 돌아다니다 보면 빵도 사먹고 싶고 여러 군것질 거리가 눈에 띄지만, 연천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손녀와 8살 손자를 생각하며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주머니돈을 아낍니다.


명절이면 아들이 살고 있는 연천으로 가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와 손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이석연 어르신의 눈에는 언제나 아른아른 귀여운 손녀와 손자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기초생활수급자처럼 고정적인 생계급여가 없기에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 생업 전선으로 나가야 하는 형편이지만 이석연 어르신은 결코 자신의 오늘 모습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종일 일해야 돈도 얼마 되지 않고 혹시 몸이라도 다칠까봐 외면하는 폐지 수집 일을 소중하게 자신의 모습으로 끌어안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다시 손자들을 만난 밥상머리에서 하느님에게 머리 숙여 기도 올릴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이석연 어르신이 올해 7월부터는 매월 기초연금 20만원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지, 매월 기초연금이 지급되면 이석연 어르신은 손자들과 더불어 더욱 단란한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이석연 어르신의 집에는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이제는 몸이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불편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는 기초생활수급자와 특히 차상위계층 독거노인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의 성장을 측정하는 거울이 될 수 있도록 맑고 향기롭게 회원 및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 드립니다.


? 후원계좌 : 신한은행 100-013-787953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 거리캠페인 일정 : 4월 6일(토), 4월 27일(일) 성북동 길상사 경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