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기부문화 캠페인
아름다운 마무리
8월의 결연 대상자 - 김용구 어르신
종로 3가 피카디리극장 뒤편으로 들어서면 사람 한두 명 정도 드나들 수 있을 법한 좁은 골목길이 보입니다.
대낮에도 어두운 골목길을 들어서면 사람 키보다 낮은 높이의 작은 문들이 1미터 간격으로 빼곡히 이어져 있습니다.
어느 골목 입구에는 몇 명이 모여 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는데 안주라고는 달랑 김치 하나뿐입니다.
밝은 대낮임에도 지친 삶의 깊은 체념이 짓누르는 절망적인 분위기를 느낍니다.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103번지.
조그만 방 한 칸에서 외롭게 누워있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했습니다.
「맑고 향기롭게」에서 매주 제공하고 있는 430여 개의 밑반찬 중에서 25개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8월 결연 대상자 김용구(79세) 어르신은 25명 중의 한 분입니다.
쪽방은 0.7~1.2평 정도로 성인 한 명이 겨우 잠을 잘 수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김용구 어르신은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2층 건물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일대 쪽방촌 거주자는 668명으로 기초생활수급자만 217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1960년대 집창촌이었던 이곳은 IMF 한파와 함께 본격적으로 쪽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고시원에도 입주하기 어려운 곤궁한 분들이 모여들어 쪽방촌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김용구 어르신이 받는 기초생활 급여액 45만 원 중 20만 원이 매달 월세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전기밥솥과 물을 끓이는 전기 포트 외에 다른 조리 기구는 없습니다.
건물주가 화재나 안전을 위해 일절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침과 저녁 식사는 밑반찬을 가지고 간단하게 요기하고 점심은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무료급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2남 4녀의 형제들이 있지만 서로 소식을 끊고 독거노인으로 지내오면서 쪽방촌에서 살아오신 지 10여 년이 되어갑니다.
젊은 시절에는 오랫동안 변압기 제조 회사의 수리공으로 일하고 의자 생산 공장에서도 근무한 바 있었지만, 수입이 적었습니다.
결혼 1년 만에 이혼하고, 동생들의 집에 얹혀살면서 도움을 받았는데 30년 전 동생들이 이민을 가면서 혼자 남은 어르신은 생활보호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어르신은 오랜 노숙 경험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새벽 3시 반. 굳게 닫혀 있던 셔터가 열리면 서울역으로 들어서던 기억이 분명한 자신의 일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방에서 라면 한 그릇 마음대로 끓여 먹기 어려운 쪽방촌이지만, 이제는 이 삶이 익숙해져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철 결핍성 빈혈, 위궤양, 폐결핵 후유증으로 몸이 많이 약해져서 계단을 오르내리자면 숨이 차고 다리도 아프기만 합니다.
김용구 어르신이 그동안 잘못된 삶을 살아오셨는지 아니면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한 결과가 바로 오늘이 되어버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구석, 우리 마음 한구석 한구석의 상처를 보듬어봅니다.
독거노인 자살 예방을 위한 ‘아름다운 마무리’ 캠페인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켜주고 있습니다.
모집된 기부금은 독거노인 결연후원, 의료비, 난방비 지원 및 사례관리 등의 사업비로 집행됩니다.
? 성금 계좌 : 신한은행 100-013-787953 (사)맑고 향기롭게
? 거리캠페인 일정 :
- 8월 10일(토) 청량리역 현관 입구(3층)
- 8월 25일(일) 길상사 경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