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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10-07-13

    결식이웃 밑반찬 조리 자원활동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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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이웃 밑반찬조리 자원활동을 하시는 선심화님께 자원활동후기를 부탁드렸더니 아래와 같은 예쁜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결식이웃 밑반찬 조리


선심화


친구의 권유로 밑반찬 조리봉사를 나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길상사 뜰의 화사하던 봄꽃들이 꽃잎을 떨구고 씨앗을 맺느라 힘겨워 한다. 사실 조리‘봉사’라고 시작했지만 음식을 받는 이웃보다 정작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같으니 참 할 말이 없다.


손꼽아 기다리던 목요일이면 멀리 용인에서, 강남에서 새벽같이 출발하여 오는 친구들을 만나 셔틀버스를 탄다. 셋이 마음을 맞춰 모이니 웬 수다가 그렇게도 나오는지 묵언이라고 쓰인 글이 무색하다.


조리장에 도착하면 음식 다듬는 소리, 물소리가 상쾌하고, 젊은 친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처음 참여했을 무렵 준비해온 앞치마를 갈아입고도 왠지 너무 나이 든 것 같아서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쭈뼛거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요즘은 모두의 웃음에 답하며 당당히 칼질하고 음식을 다듬는다. 단지 좀 더 젊은 나이에 이 일을 가까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나는 바쁜 생활 때문에 생각지도 못하고 지났던 나이에 벌써 이런 좋은 일을 알고 실천하는 젊은 봉사자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그래, 부러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자. 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하고 각오를 다지며 모든 요리가 더욱 맛나고 깨끗하게 손질되도록 노력한다.


나는 일주일에 겨우 하루를 봉사하지만 재료를 준비하는 팀장과 모든 분들의 노력이 감탄스럽다. 그 분들은 우리가 조리할 수 있도록 미리 메뉴를 작성하고 시장을 볼 뿐 아니라, 어떤 분은 어떻게 조리해야 더 맛있게 할 수 있을까 집에서 미리 만들어와 우리들에게 맛을 보일 정도로 열심이어서 참으로 존경스럽다. 요즘은 계속 야채가격이 올라 시장보기가 겁난다는 걱정을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빠듯한 예산에 맞추어 좋은 재료로 맛있는 반찬을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 싶고, 더 많은 사람이 ‘맑고 향기롭게’ 후원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밑반찬 봉사는 앞으로도 나의 생활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나이든 이를 받아준 ‘맑고 향기롭게’에 감사하며, 다음 생에 혹시라도 큰스님을 뵙게 되면 ‘맑고 향기롭게’ 회원이었노라고 자랑하고픈 생각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


팀장님, 늙은이라고 밀어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