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사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천성산 문제를 바라보는 지율스님과 정부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는 기사인 듯 합니다. 건강 극도로 악화..정부.정치권 약속위반이 불씨 "이제 그만" 주변 간청도 `별무신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안 희 기자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에 반대하는 지율 스님(48.여)이 3일로 단식 100일째를 맞는다. 최근들어 정부와 정치권도 뒤늦게 사태해결에 부심하고 있지만 앞날은 여전히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간한계 넘은 100일 단식 = 2003년 2월5일부터 시작된 지율 스님의 단식은 이번이 네번째. 38일, 40일, 58일, 99일(진행중). 횟수를 거듭할 수록 길어진 단식은 모두 청와대를 향해 '터널공사 백지화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일관된 시위였다. 지난해 6월 청와대 앞에서 시작한 세번째 단식은 정부로부터 `법원 항고심 판결 때까지 공사중단'과 `환경영향 공동 전문가 검토'를 약속받은 뒤 58일만에 풀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약속을 깨고 `터널 공사가 천성산 습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단독 조사 결과를 발표한데다 법원의 현장검증마저 취소되자 지난해 10월27일 네번째 단식을 시작했다. 애초 `(환경영향) 선(先) 조사, 후(後) 공사'를 요구하며 법원의 중재안마저 거부했던 지율스님은 단식 80일째를 넘겨 자신을 찾아온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터널공사는 하되 3개월간 발파공사를 중지하고 그동안 환경영향을 공동 조사하자'는 것으로 요구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달 21일 농성 장소였던 청와대 부근 거처를 떠나 행방을 감췄다가 현재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곡기를 끊은 채 장기간 차와 물, 소금 등만 섭취해온 그의 건강은 이미 다른 음식을 몰래 섞어 먹여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경찰은 지율스님을 억지로 병원으로 옮기더라도 본인이 거부하는 한 회생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요구사항 뭔가 = 지율스님이 줄곧 요구해온 건 고속철도 터널 공사가 천성산 환경, 즉 습지와 도롱뇽 등 각종 생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조사해보자는 것이다. 그는 이 구간에 대한 고속철도건설공단측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계획된 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엉터리였다며 줄곧 공동조사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환경부가 약속했던 공동 전문가 검토나 법원의 현장검증에 기대를 했던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이미 법적으로 끝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사태를 악화시킨 건 정치인들의 거듭된 약속 위반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2월 대선과정에서 `천성산 터널 공사 백지화 및 전면재검토'를 불교계 10대 공약 중 첫번째로 제시했지만 막상 당선후에는 지율스님측 천성산대책위원회를 배제한 채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 기존 노선대로 공사를 강행키로 결정했다. 지율스님이 매번 청와대 근처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건 바로 이 약속을 지키라는 묵언의 시위인 셈이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의 약속 위반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그의 비난을 받았다. ◆해결책 없나= 현재로선 지율스님의 생명을 살리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게 사실이다. 지율스님은 `3개월 발파공사 중지 및 환경영향 공동 조사'라는 제의를 해놓고 정부 답변을 기다리던 지난달 20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나로서는 물러설만큼 물러섰다.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답답한 건 내가 아니라 정부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선조사, 후공사' 요구와 비교할 때 사실상 `공사 중지 요구'는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해결책을 찾는다면 `환경영향 공동 조사와 이를 위한 공사 일정 조정' 정도에서 찾아야 했는데 정부가 "일개인 때문에 국책사업을 자꾸만 중단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여론을 의식, 공동 조사마저 거부하는 바람에 사태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는 것.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결의안 상정 등을 약속하고 있는 것은 이 점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은데다 100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이미 늦은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지율스님측 이동준 변호사는 최근 "나를 비롯해서 스님과 가까운 이들도 스님을 만날 때마다 단식을 풀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정부 입장이 이전보다 강경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율스님은 이미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장례는 동생(36.여)이 맡아서 소박하게 치르고, 대법원에서 검토 중인 `도롱뇽소송'은 이 변호사가 맡아달라고 부탁을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chungwon@yna.co.kr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