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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11-05-02

    서대문구청 뒷산 '안산' 사전답사 후기

본문

서대문구청 뒷산 안산

숲은 숲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나무가 있고, 풀이 있고, 깃드는 생명이 있어 숲을 이루고

나무가 생명이고, 풀이 생명이며, 새, 청설모, 개구리, 도롱뇽 등도 생명이다.

하나하나가 모두 생명이고, 이 생명들이 어울려 화엄의 세계, 만다라를 이룬다.

안산은 동남쪽에 서대문형무소가 있고, 북서쪽에 서울시 서대문구청이 있다.

서대문형무소의 뒷산이면서 동시에 서대문구청의 뒷산이다.

흙길과 바위 그리고 계단이 적당하게 번갈아 나타나는 아기자기한 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올라가는 길도 여러 방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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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정상>

안산은 본래 봉수대가 있던 중요한 산이다.

평안북도 강계에서 시작하여 황해도, 경기도 내륙, 고양 해포나루, 무악동봉, 남산으로 연결되는 봉수체계 중 안산의 봉수대터는 최종으로 남산에 봉수를 알리던 곳이다.

서울 근방의 봉수대터는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아차산, 서쪽으로는 봉제산과 안산에, 남쪽으로는 남산 등에 있다.

세종 24년(1438년)에 조선시대 봉수체제가 확립된 후 봉수대는 국가의 중요한 시설에 해당하므로 늘 봉수지기가 지킨다.

이곳 안산에의 봉수대터에도 사람이 기거했던 흔적이 있다.

바로 앵도나무(앵두나무)다.

앵두나무가 자라는 곳은 반드시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사람이 살았거나 사찰이 있었던 흔적으로 남아있는 식물들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식물로 앵도나무, 양하 등이 있다.

앵도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사람들이 심어서 키우는 식물이기 때문에 새가 열매를 먹고 옮겨 저절로 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물다. 아마도 봉수대를 지키는 봉수지기가 심은 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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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도나무>

안산에 사전답사를 갔을 때는 왕벚꽃을 비롯한 봄 꽃들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을 때였다.

산 이곳저곳이 하얀 벚꽃들과 분홍색의 진달래, 노오란 개나리 등의 꽃으로 삼색을 이루어 환상을 이루었다.

안산의 숲은 본래 참나무들이 주를 이루고 드물게 소나무들이 자라며, 키큰나무들 아래에서는 진달래가 자라는 전형적인 참나무 숲 형태였다.

그런데 서대문구에서 안산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일부 지역에 수종갱신을 통하여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 잣나무, 쉬나무 등을 도입하여 생태학습을 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산공원 만남의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왕벚나무를 식재하여 여의도 윤중로보다 호젓하게 벚꽃을 즐길 수있는 명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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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길>

안산을 답사하던 날 아는 선생님께서 다른 산에 있는데 꽃 속에 묻혀 황홀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내가 있는 안산에는 제비꽃, 서울제비꽃,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종지나물(미국제비꽃) 등 제비꽃이 많다고 하였더니 카사노바의 산이란다. 금새 이름도 잘 붙인다.

제비꽃 종류들은 제비가 날아오는 때에 피는 꽃이라서 제비꽃이란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꽃의 모양이 제비 모양이라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한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는 꽃임에 분명하다.

제비꽃이 이렇게 흔하게 많이 보이는 이유는 스스로 씨앗을 만들어 뿌리는 방법에 이유가 있다.

제비꽃 종류들 중에는 요즘 시기처럼 화려한 색의 꽃을 피워 벌레들에 의한 타가수정으로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씨앗을 만드는 방법이 있고, 벌레들을 모을 꽃을 피우기 어려운 시기에는 자가수정으로 씨앗을 만드는 폐쇄화를 피워 씨앗을 만들기도 한다.

또 만들어진 씨앗은 물리적 힘에 의하여 멀리 날아가게 하기도 하고, 씨앗에 당분이 묻어 있어 개미들이 물고 땅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이 종족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들을 스스로 깨친 것이니 어찌 풀이라고 하찮게 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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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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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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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나물(미국제비꽃)>

층층나무가 하나 둘 보이더니 많은 층층나무가 모여 자라는 군락이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웬 층층나무가 이렇게 많이 모여서 살고 있을까 의아해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 의문이 풀렸다.

서대문구청에서 인위적으로 층층나무 군락은 만든 것이다.

실제로 층층나무는 이곳처럼 모여서 살지 않는다.

계곡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서로가 방해받거나 방해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나무가 층층나무다.

층층나무는 수관 폭이 넓기 때문에 모여서 함께 살아갈 경우 충분한 햇빛을 받기가 어렵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야 자신들의 종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층층나무의 지혜를 배운다면 참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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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나무 새싹>

우리나라에 도입된 소나무들 중 3개의 바늘잎을 가진 소나무는 몇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로 리기다소나무, 테에다소나무, 방크스소나무 등이 있다. 리기다소나무는 흔히 볼 수 있으나 테에다소나무는 내한성이 약해 남쪽지방에서 주로 자라고 있으며, 방크스소나무는 내건성, 내한성이 좋아 전국에 식재되었지만 요즘은 흔하게 심지 않는다. 잎이 짧아서 짧은잎소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방크스소나무가 안산에 살지만 그 생육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아마도 고향인 북아메리카보다 살기에 힘이 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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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크스소나무>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이 숲 역시 서대문구청에서 인위적으로 조성한 숲이다. 자작나무는 북방계 식물로 남한에서는 자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저기 많은 지역에서 소나무를 베어내고 심은 나무들 중 한가지가 자작나무다. 하지만 까탈스럽게 하지 않고 잘 자라는 편이다. 자작나무 숲은 여름에 작은 바람에도 잎을 흔들어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숲의 속살을 하얗게 바꿔 주는 겨울이 더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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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안산에는 그밖에도 많은 풀들과 나무들과 생명들이 모여 숲을 이루었다.

어쩌면 지금쯤 팥배나무가 꽃을 피웠을 수도 있고, 알주머니 속에서 열심히 세포분열 하던 도롱뇽 알은 올챙이로 부화했을 수도 있으며, 청설모가 알도 차지 않은 잣송이를 까고 있을 수도 있다.

도심의 작은 산에 갖가지 풀과 나무 그리고 이들 품에서 자라는 올챙이와 청설모 모두가 하나되는 숲은 또 다른 생명임에 분명하다.

안산의 여기저기서 연분홍, 진분홍 진달래들이 방긋방긋 반기는 통에 답사하는 동안 내내 향긋한 두견주가 그리웠던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의 진달래 먹던 추억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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